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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 54% 이상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너무 높으니 내려야 한다는 점에 동의를 하고, 상속세의 과세표준이 20년 이상 변경되지 않아 실제적으로 높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점에 대하여도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보장하고 있는 민법상 배우자의 상속권을 지금보다 더 높이자는 주장과 함께 배우자의 상속세까지 면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므로 배우자에 대한 상속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속법 제1000조에 의하면 배우자의 상속순위는 직계비속과 직계존속과 같은 순위이고,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공동상속을 하면 배우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에 0.5를 가중하고, 직계비속의 수가 늘어나면 배우자의 상속분은 줄어든다. 배우자가 직계존속과 같이 공동상속을 하면 배우자가 직계존속보다 0.5 가중해 받는다. 배우자가 단독상속을 하는 경우에는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다 없어야 한다.
프랑스나 스웨덴의 경우에는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상속을 모두 받는다. 독일의 경우에는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재산의 2분의 1을 받고, 직계존속과 같이 받는 경우에는 4분의 3을 받는다. 이렇듯 외국에서는 배우자가 사망한 자의 상속을 전부 받거나 2분의 1이상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배우자가 그만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배우자의 상속세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고세율이 50%이고,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시 65%까지 적용돼 세계 최고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기본공제는 5억원이고, 배우자 공제의 최대금액은 30억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배우자가 미국시민권자인 경우에는 상속세가 면제된다. 영국, 프랑스의 경우에도 배우자가 상속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캐나다나 호주의 경우에는 상속세 자체가 없어서 자산의 양도가 있을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자산양도소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 이하의 취득 재산에 대해 전액 공제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과는 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받는 것을 과세대상으로 하는데, 상속세를 과세하는 근거는 부가 세대를 통해 재되물림됨으로써 부가 편중되는 것을 막고자 하고, 상속으로 받은 재산은 상속인의 노력 없이 얻는 불로소득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자에 대한 상속은 이러한 상속세의 과세근거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는 결혼을 통해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며, 배우자의 재산은 사실상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배우자가 상속받는 것은 단순한 재산의 이동일 뿐이지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배우자 공동재산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부부간에는 사실상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해 배우자가 사망한다고 하여 소유권이 변경되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가 받은 재산은 결국 직계비속에게 다시 2차 상속되는 것이므로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아도 나중에는 부과될 수밖에 없다. 또한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면 배우자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우리나라 상속법과 상속세에서 배우자에게 부당한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은 배우자의 생계를 자식이 책임진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있을 때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은 핵가족화돼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개인의 노후를 연금으로 책임지는 경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어 배우자에 대한 약한 상속권이나 부담스런 상속세의 부과는 현실에 맞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상속세의 세율도 낮추고, 과세표준도 변경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의 폐지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