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 혈관염..세밀한 검진 통해 환자 치료에 전념"

안치영 기자I 2024.12.11 05:20:00

■신의열전-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중증 혈관염 전문의..병력 관찰·이학 검사로 세세히 살펴야
검사 도구 제한적..경험·헌신 없인 중증환자 치료 쉽지 않아
타 진료과 소통 필수…힘들지만 발전 가능성 큰 분야
중증환자 치료 위해선 전문의 배출 필수..전공의 관심 기대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사진=한양대학교병원)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경험’과 ‘헌신’.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바이자 류마티스내과 의료진이 환자에게 아낌없이 쏟아내야 하는 것들이다. 한눈에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들이 아직 없지만 환자 바로 옆을 지키며 차도가 생기길 기원한다. 전공의 이탈로 환자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지만 남아 있는 의료진과 소통하며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중증 혈관염 치료하는 전문가…“내 무기는 ‘경험’과 ‘헌신’”

류마티스내과는 자가면역 반응 등으로 생긴 염증 전반을 치료하는 진료과다. 류마티스질환은 만성 염증이 지속이 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손상이 생기게 되고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당장 급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어떤 병보다도 계속 진행되는 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진료하는 혈관염 환자는 중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크면서도 다른 진료과에서 놓치기 쉬운 환자로 꼽힌다. 혈관염 환자 또한 처음부터 류마티스내과로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 혈관염은 혈관벽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혈관벽에 염증이 생기면 혈관이 기능을 못하게 되고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진료받거나 혈뇨가 나와서 진료받은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가 혈관염을 진단받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장기가 손상돼 혈관염을 확인하는 것으로 신속한 치료가 안되면 장기 조직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혈관염의 무서운 점은 아직 인류가 이를 신속하면서도 손쉽게 확인할 방법이 아직 없어서다. 다른 진료과에서는 혈액검사나 영상 검사 등을 통해 한눈에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들이 개발됐지만 류마티스내과의 경우 아직 그러한 도구들이 제한적이어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에 의해 환자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는 검사법)로 환자를 파악한다.

최 교수는 “결국 임상적인 판단을 통해서 상태 판단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가까이 있으면서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만 의료진이 알 수 있는 상황이 많다”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환자 옆에서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혈관염 치료는 필연적으로 다른 진료과와의 협력이 필수다. 혈관염뿐만 아니라 모든 류마티스 질환은 다른 진료과와 겹치지 않은 질환이 없을 정도로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환자가 중증 장기 손상이 생겨 집중치료가 필요한 경우 류마티스내과가 치료 계획 수립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모든 과가 동시에 다발적으로 동시 소통이 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건 사실 쉽지 않고 지금처럼 의료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다”면서 “중증 환자의 각 장기 치료 계획을 전부 연결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를 류마티스내과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사진=한양대학교병원)
◇“지금은 힘들지만…류마티스내과, 미래가 기대된다”

류마티스내과는 내과 진료 중에서도 힘든 진료과로 손꼽힌다. 이른바 ‘몸으로 배우고 익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정갈등에 따른 전공의 이탈로 경험 많은 전문의가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 이탈로 최 교수의 업무는 배로 늘었다.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 교육도 하고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욱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밤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쉴 틈도 없이 24시간 입원 환자의 예후 변화를 전화로 보고받고 대응해야 한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환자 대부분이 지금 상황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는 “많은 의사들의 노력으로 (병원이)돌아가고 있으니까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서는 안되는데 환자들은 별게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더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류마티스내과가 힘들어서 지원하지 않는 전공의들도 많겠지만 류마티스내과가 과거와 다르게 치료제 개발 등 획기적인 발전을 한 상황인데다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큰 진료과라는 점에서다. 그는 “혈관염도 최근에 있어서는 많은 발전이 이뤄졌으며 진단하는 분류 체계와 치료지침이 많이 변화됐다”면서 “새로운 약제도 개발돼서 환자에게 공급되고 있어 과거보다 훨씬 더 좋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류마티스내과 질환의 기본인 염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염증을 아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찬범 한양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의학사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의학박사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석사 △대한류마티스학회 정보이사 △대한류마티스학회 혈관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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