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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아보자. 적립금은 2003년 100조원, 2010년 300조원, 2015년 500조원에 이어 2020년 800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1213조원으로 기금 1000조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어려운 투자환경 속에도 국민연금이 2년 연속 최고의 성과를 낸 것은 국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적 동반관계를 통한 우량 투자 기회 발굴 및 해외사무소 기능 강화 등 기금운용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다음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정부에서는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당시 장기 기금 투자 수익률을 연 4.5%로 가정했으며 지난해 9월 연금개혁안에서는 수익률을 5.5%로 1%p 올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춘다는 계획을 포함한 바 있다. 그만큼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금 수익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15.0%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운용 수익금도 160조원으로, 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213조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기금이 설치된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2023년 국내외 주식시장 강세로 13.59%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처음으로 15%대의 수익률을 보이며 2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수익률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해외 주식 투자에서 선전한 것이 전체 수익률을 견인했다. 수익률을 자산별로 살펴보면 해외 주식 34.32%, 해외 채권 17.14%, 대체 투자 17.0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금운용 수익률은 누적 수익률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작년 말 누적 수익률은 연평균 6.82%를 기록했다. 2023년 말 5.92%에 비해 1%p 가까이 오른 것이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p 오를 때마다 기금 고갈 시기는 5~6년가량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연금 고갈을 대비할 수 있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톺아보자. 무엇보다 가입자인 국민은 기금이 소진돼 받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신에서 벗어나 차근차근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권은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연금 납부 기간 등 수급 요건을 충족하면 국민연금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운용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금이 부족한 경우 대부분 세금이나 운용 방식을 개혁하면서 연금을 지급해 왔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 대안들을 마련하면서 연금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정성 있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오해를 털어버리고 지혜를 모아 제도를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행복한 국민연금’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