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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의 이름 옆에 붙는 직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모투자전문회사 나무코프 회장, 롯데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돕는 SDJ코퍼레이션 고문, 전 산업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와 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직함으로 미뤄볼 때 그동안 민 회장이 정·관계에 뻗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된 사안은 산업은행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 회장은 당시 2008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산업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으며 남 전 사장은 2006년 취임해 2009년 초 연임 여부가 결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관리감독 권한을 갖췄다는 점을 이용해 남 전 사장의 연임을 도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남 전 사장이 재임 시절 민 회장의 지인 박모 씨(58)가 대표로 있던 홍보대행사 N사에 거액의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알려지면서 민 회장이 이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N사에 3년간 20억원 대의 거액을 지불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의 홍보활동이 거의 없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연임에 대한 로비성 계약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처럼 비리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최근 롯데를 겨냥한 검찰수사의 결정적인 제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 역시 민 회장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달 10일 주요 계열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 관련한 첩보가 들어왔다’고 설명하지만 민 회장이 주도적으로 롯데 의혹을 제보했을 것이라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소집한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세 차례 연속 패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우위를 넘겨준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작한 검찰의 압박수사로 ‘신동빈의 롯데’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이면서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에 검찰 수사의 배경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측이 그동안 넘겨받은 롯데 내부의 경영 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이번 압수수색이 시작됐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만일 사실이라면 신동주 사단의 중심에 선 민유성 회장이 검찰 제보를 주도했을 확률이 크다. 물론 신동주 측은 ‘검찰에 자료를 넘긴 적은 없다’며 제보 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의혹만 커지는 와중에 지난 1일 민유성 회장은 최근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감금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엿새 뒤인 지난 7일 민 회장은 약식명령 결과에 불복하며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롯데그룹의 수사 착수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SDJ코퍼레이션 업무회의에 정상적으로 참석하며 향후 대응전략 설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폭되는 논란 속에 세간의 관심은 그의 다음 발걸음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