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흥정책의 그늘…해체산업은 20년 수주절벽 봉착

김형욱 기자I 2024.12.06 05:10:00

원전 르네상스 정책으로 수명 늘어
고리1·월성1호기 해체 끝으로
국내선 20년간 해체할 원전없어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해체 사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한국이 마주할 ‘수주 절벽’을 손꼽는다. 현재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해체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을 끝으로 20년간 국내에서 해체를 진행할 원전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끝내고 원전 부흥 정책을 펼치며 원전의 수명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전 정부는 고리2호기 등을 30~40년의 첫 번째 운영 허가 후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현 정부는 해당 원전을 추가 10~20년 더 운영하기로 했다.

원전 건설·운영 생태계는 정부의 지원 아래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2기 수주,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으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체 시장만이 20년의 단절을 맞는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원래대로면 2020~2029년 10기의 원전을 영구 정지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2041~2050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건설한 원전 30기에 대한 해체 시장이 26조원(2022년 기준 1기 해체당 8726억원)을 유지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10~20년간 원전 해체 관련 생태계를 유지하거나 전문인력을 육성하는데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전 해체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국내 원전 해체 시장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병식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계속운전 추진은 효율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해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선 도전 과제”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해체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전해체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올 2월 개원한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을 통해 국내 원전 해체 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는 것도 이 같은 원전 해체 ‘단절기’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에경연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외 원전 건설 및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 중인 한전KPS(051600)나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현대건설(000720)과 핵심 해체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한 해체사업 수주를 제언하기도 했다.

원전을 영구정지하는 대신 계속 돌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추세는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이후 많은 나라가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기존 원전의 운전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계속 운영이 늘어나며 해체가 늦어지는 시간을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격차를 좁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원전 해체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결국 모든 원전은 해체해야 하고 해체 산업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후발 주자인 우리가 고리·월성 1호기 해체를 통해 우리가 모자란 기술을 개발하고 경험을 축적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선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전 세계 440개 원전이 언젠가는 해체해야 하고 우리가 이때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세계 무대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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