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철강 관세 부과 발표 이후 한국철강협회 회장으로서 국내 철강업계의 신속한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진 않으나 조만간 관세 협상을 위한 출장길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은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이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한 대한상공회의소 민간 경제 사절단에 포함되며 장 회장 목소리를 대변했다.
|
장 회장은 지난해 여러 후보를 제치고 포스코그룹 10대 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이차전지 소재를 신사업으로 키우던 포스코그룹 안팎에선 철강 전문가인 장 회장이 선임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트럼프발(發) ‘25% 관세 폭탄’이라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된 현 상황에서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계엄·탄핵 정국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에 빠지면서 민간 통상 외교 활동이 더욱 중요해진 형국이다. 장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 철강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글로벌 굴지의 철강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세계철강협회(WSA) 신임 집행위원으로 선임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장 회장이 이처럼 빠르게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37년 포스코맨’으로 오랜 기간 내공을 다져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장 회장은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해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명실공히 철강 전문가다. 2018년에는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포스코 철강부문장으로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선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해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업황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철강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0월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산 500만톤(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구 14억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는 자동차, 건설용 자재 등을 중심으로 철강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포스코 철강사업에 인도 시장에서 발생할 신규 수요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는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소재를 해외 생산기지로 수출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인도와 북미 등과 같은 글로벌 성장 시장에서 소재부터 제품에 이르는 완결형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철강과 함께 포스코그룹이 양대 사업으로 육성 중인 이차전지 소재는 장 회장 취임 후 전체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한층 강화됐단 평가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차전지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서도 취임 시 공언한 투자를 이어가며 향후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인화 회장은 지난해 이차전지 캐즘을 오히려 경쟁력 제고 기회로 삼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부가가치 높은 리튬 등 우량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차전지 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급과잉과 전기차 캐즘으로 업체들이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여서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는 곳이 미래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에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하며 공급망을 강화했다. 해외 리튬 염호에서 이차전지 핵심 광물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한 것은 포스코홀딩스가 국내 첫 사례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주원료로 ‘리튬-양극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체인 시작점이자 사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염호와 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을 통해 염수·광석리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규제 대응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양 율촌산단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연산 2만1500t 규모 수산화리튬 제2공장을 준공, 1공장 합산 연산 총 4만3000t 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는 연산 55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 상·하공정을 종합 준공해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생산체제를 갖췄다.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난 1년간 집중해 온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 구조 개편 프로젝트 125개 중 45개를 완료해 현금 6625억원을 창출했다. 올해까지 61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마쳐 총 106개 프로젝트에서 누적 현금 2조1000억원을 확보해 자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성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