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기간산업에 대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전기금 지원을 내놨지만, 항공업의 필수 부분인 지상조업사에 대해서는 배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사로부터 조업을 대가로 대금을 받아 운영하는 지상조업사들이 항공사의 가동 중단(셧다운)으로 인해 자금줄이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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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부닥친 항공·자동차·조선·정유 등 기간산업이 혜택을 보게 됐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수화물 상·하차와 항공기 급유, 여객기 청소 등 큰 역할을 담당하는 지상조업사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조업사가 무너지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항공업이 정상화되기 어려운데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반쪽짜리’ 대책이란 평가다.
지상조업사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089590)의 지상조업사인 제이에이에스(JAS)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 매출액이 8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1% 감소했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지난달 매출액이 12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6%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매출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마저도 4월 예상 매출액은 55억원으로 당초 계획 매출액(230억원)과 비교하면 175억원(계획대비 76%) 감소한 수치를 보일 전망이다.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올해 초 세운 계획에서 미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존립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며 “단 한 달간 감소한 매출이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겨우 상회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상조업사들은 매출 감소에 따른 원가절감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유휴 인력에 대한 휴업을 단행하고 있다. 지상조업사 5개사 가운데 대형항공사의 화물 조업을 맡고 있는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코로나19로 평균 40%가량의 직원이 무급휴직에 있는 상태다. 화물조업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화물 조업은 매출액에 14%에 불과하지만, 직원 투입률은 35%가 넘는 등 사실상 조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다.
화물 조업마저 없는 나머지 지상조업사의 상황은 더 힘들다.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를 제외한 지상조업사의 평균 직원 휴업률은 약 60%가 넘을 정도다. 협력업체까지 합친다면 사실상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52개사 1만8000여명의 직원 중 1만여명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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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매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고정비용이 나간다는 점이다. 지상조업사들은 한목소리로 오는 6월이면 현금 유동성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지상조업사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연말까지 각사별로 최소 600억원가량의 현금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올 연말에 안식 휴직을 보내고 복지 비용 등 각종 절감을 절감한다고 해도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원 없이는 고용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에 긴급 유동지원을 한 것처럼 지상조업사에도 정부 지원이 있어야 고용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기간산업지원에서 빠진 지상조업사들에 필요한 자금을 파악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지상조업사에 공문을 보내 필요한 현금 유동성이 얼마인지 파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지상조업사 5개사와 항공정책실장이 한자리에 모여 유동성 지원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항공기가 멈춘 상황에서 지상조업사의 고용 유지를 위해 얼마 만큼의 유동성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라며 “관계 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상조업사의 어려움을 개선하는데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