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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반도체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공정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AI를 활용해 정교화하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등 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반도체 제조 공정은 이미 자동화가 돼 있어 AI가 사람의 물리적 노동력이 들어가는 과업을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경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I 고도화에 따라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창작업계에서도 AI가 작가 등 크리에이터의 일자리를 가져가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적인 수단으로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경순 웹툰협회 이사는 “웹툰 작가들이 AI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웹툰 작가들이 AI가 일자리를 빼앗으리라는 우려를 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AI 등장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일부 직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두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예측하는 연구 대부분이 AI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가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한 점도 한계라는 얘기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0년 한국의 의료기기 관련 AI 특허 출원은 연평균 50% 이상 증가했지만, 국내 병원 중 AI를 활용하는 곳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는 대면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효과도 중요하다”며 “나아가 의료는 의사를 비롯한 다양한 직무가 모여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진다. 직무 대체론은 노동의 ‘관계적 속성’을 간과한 결과”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AI가 생산성을 향상해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시한 예측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인공지능과 노동 연구회’ 좌장인 장자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수요 감소를 예측하는 연구는 있지만 그렇다고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란 연구 보고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AI로 생산성이 오르면 인력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회사가 성장하면 채용할 여지는 더 늘어난다. 이러한 간접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