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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또 올랐네” 적자 늪 못 피한 중견 건설사

남궁민관 기자I 2025.03.28 05:00:00

코오롱글로벌, 작년 영업익 -576억 '적자전환'
금호·동부건설 영업익은 각각 2036억·1271억 줄어
매출원가율 보니 100% 안팎…'지을수록 손해' 구조
친환경·층간소음 규제에 고환율…1월 공사비지수 올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치솟은 원가 부담에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극악의 상황에 놓인 마당에 연초에도 공사비 급상승이 이어지면서 위기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 성과를 담은 각 기업 사업보고서가 속속 공시되는 가운데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 금호건설 등 국내 주요 중견 건설사들이 나란히 적자전환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전년(2조 6450억원) 대비 10.1% 늘어난 2조 9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6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23년 76억원의 영업이익 대비 643억원 줄어든 수치다.

금호건설과 동부건설도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 9142억원으로 전년(2조 2176억원) 대비 13.7% 감소한 데 더해 영업이익 역시 적자전환했다. 2023년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금호건설은 지난해 무려 마이너스 181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전년(1조 9000억원) 대비 11.1% 줄어든 매출 1조 6884억원을, 영업이익도 1271억원 줄어든 마이너스 96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꾸준히 치솟은 공사비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코오롱글로벌은 2023년 94.0% 수준이었던 매출원가율이 지난해 95.5%로 올랐다. 같은 기간 금호건설은 95.6%에서 104.9%, 동부건설 역시 93.1%에서 97.8%로 모두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원가의 비율인데 100%를 넘으면 사실상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 25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동부건설은 올해 당면 과제로 매출원가율 개선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윤진오 동부건설 대표는 “지속적인 원가율 개선 노력을 통해 실적 반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원가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주주들에 약속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공사비 등 건설사들의 매출원가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현재까지 14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 여기에 올해부터 층간소음 규제가 강화되고 오는 6월부터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까지 추진되면서 공사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큰 폭 오름세를 보이며 건설업계를 긴장케 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130.05였던 건설공사비지수는 9월 130.39로 고점을 찍은 뒤 잦아드는 듯했지만 올해 1월 다시 130.99로 치솟았다. 5년 전인 2020년 1월(99.86) 대비 31.2%, 3년 전인 2022년 1월(119.77) 대비해선 9.4% 오른 수치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건설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건설산업의 최악은 아직 도래했다고 보기 어려우나, 현재의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 과거 IMF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불황이 올 가능성은 다분하다”며 “건설산업 기초에 대한 투자의 관점으로 중소 및 지방의 역량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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