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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수원은 2017년과 2019년 각각 운행을 중지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에 대한 해체에 착수한 상태다. 이중 고리 1호기는 지난 2017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해체계획을 신청했고, 올해부터는 해체 사전 절차인 제염(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을 두고 주민의 반발이 이어지고 관련 법안 처리도 늦어지며 본격적인 해체가 언제 시작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수원으로서는 해체를 본격화하기까지 고리1호기에 대한 유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정 회장은 “(사용 후 핵연료를) 옮겨 담을 데가 없다면 해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돼야 원자로 내 사용 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땅속 깊은 곳에 최종처분할 수 있고 또 안전한 원전 해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 경험이 많은 미국에선 경수로 원자로 내 물속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둔 채 해체를 시작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안전 원칙에 벗어나고 한국 실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론상 핵연료를 물 속에 남겨둔 채 해체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방식”이라며 “무엇보다 국내에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를 허용할 리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영구정지 원전의 해체를 미뤄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전을 영구정지하더라도 계속 관리는 이뤄지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져선 안 된다”며 “운전 땐 원전 전체에 전기가 공급되지만, 영구정지 이후엔 습식 저장조만 운영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를 물속에서 꺼내 부지 내 저장시설에 옮겨 놓고 바로 해체하는 것에 비해선 안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