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닭다리 모양 구현한 ‘아임 낫 어 치킨’
美서 100달러 품절템…CU선 2800원에 출시
부스러기 등 호불호 갈릴듯…트렌드 반전 기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실제 치킨과 함께 놔본 CU 치킨 아이스크림.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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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닿자마자 순간 당황스럽다. 겉은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치킨인데 속은 밀크향이 진한 아이스크림이다. 바삭한 옥수수 크런치 아래 부드럽고 차가운 우유 아이스크림이 혀끝에 퍼진다. 시각과 미각이 충돌하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재미로 샀다가 은근히 집중해서 먹게 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입안에서 바삭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터지는 감각이 묘하게 중독적이다.
편의점 CU가 최근 출시한 ‘치킨 아이스크림(아임 낫 어 치킨·I’M NOT A CHICKEN)’은 미국 투자 리얼리티 쇼 ‘샤크탱크(Shark Tank)’ 등에서 화제를 모은 제품을 본뜬 디저트다. 미국에선 9개 묶음에 100달러(약 15만원)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품절 사태까지 겪었다. 국내에선 CU가 제조사 ‘아이스팩토리’와 손잡고 2800원 단품으로 출시했다. 여름철 아이스크림 수요를 겨냥한 선출시 전략이다.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닭다리처럼 생긴 아이스크림’ 콘텐츠가 쏟아졌고 ‘안 튀긴 치킨 아이스크림’이 검색 트렌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번지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 제품은 단품 2800원이다. CU가 기획해 아이스크림 전문 제조업체가 만들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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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곧바로 집 근처의 CU 매장을 방문했다. 냉동고 한켠에 해당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제품이 들어 있는 냉동고 뚜껑 위에는 손으로 쓴 ‘SNS 강타! 치킨 아이스크림 입고’라는 홍보 안내 문구도 보였다. 붉은 포장지에는 튀김옷을 입은 닭다리 이미지와 ‘I’M NOT A CHICKEN’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 포장을 벗기면 손바닥 절반 크기의 닭다리 모양 디저트가 등장한다.
겉면은 옥수수 크런치를 입혀 실제 튀김옷처럼 구현했고 내부는 밀크 아이스크림을 화이트 초콜릿으로 감싸는 형태를 유지했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함과 진한 단맛이 동시에 퍼진다. 쌉싸래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과 함께 먹으면 조화가 좋다. CU에 따르면 제품 제작은 튀김옷을 입히는 과정부터 대부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형태 완성도 면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포장을 열면 크런치 부스러기가 쉽게 떨어진다. 제품이 작아 다섯 입 남짓이면 금세 사라지는 것도 단점이다. 가격은 2800원으로 체감상 한 번쯤 체험해볼 재미는 있지만, 호불호가 뚜렷이 나뉠 것 같은 제품이다. 인증샷에 적합한 ‘체험형’ 디저트로서 기능이 분명한 상품이다.
 | 겉 표면 옥수수 크런치 부스러기가 쏟아져 나와 먹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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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성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품 1개(55g)당 열량은 185kcal. 탄수화물 23g, 당류 15g, 지방 10g, 포화지방 6g(일일 기준치의 42%)을 함유한다. 지방과 당류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류 섭취 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품 특성상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번 제품은 CU 상품기획(MD)팀과 빅데이터팀의 협업 결과물이다. 내부 리포트를 통해 치킨 아이스크림에 대한 해외 트렌드가 포착됐고, 국내 제조사와 수십 차례 테스트 끝에 지금의 상품이 완성됐다. 소비자들이 ‘진짜 치킨 같다’는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외형과 식감 구현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CU 측은 이 제품을 통해 MZ세대의 관심과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히트상품 부재로 고민이 깊다. 과거엔 스웨덴 젤리, 두바이 초콜릿, 수건 케이크, 벽돌초콜릿 등 SNS 이슈 상품이 연달아 주목받았지만 최근엔 이렇다 할 바이럴 아이템이 드물었다. 치킨 아이스크림은 모처럼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이다. 단순히 ‘이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매장 유입을 이끄는 실질적 상품 전략이다. 향후 유사 콘셉트 제품이 연이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심도 높다. 내수 침체와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편의점 업계의 실적이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NS를 타고 퍼지는 이색상품 하나가 매출의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치킨 아이스크림에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소비자의 방문 동기를 만들어내고, 다른 품목으로의 확장 소비를 유도하는 유입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어서다.
 |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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