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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2% 성장 ‘난항’…트럼프 관세·무역정책이 핵심 변수”

김나경 기자I 2025.02.06 06: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①
트럼프, 글로벌 통상전쟁 스타트
내수 부진한테 수출마저 꺾일 기미
올해 경제성장률 1%대 그칠수도
타격 큰 서민에 맞춤지원 정책 필요
PF 대출 많은 저축銀·새마을금고
차별적 모델 발굴해 ‘역할 변화’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항용 금융연구원장
[대담=문승관 이데일리 금융부장, 정리=김나경 기자]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수가 부진한 와중에 호조를 보이던 수출마저 꺾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변수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통상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이 원장은 원·달러 환율이 높은 가운데 상반기까지도 대출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국내 금융사의 대출 건전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항용 원장은 5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을 이같이 전망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 첫머리부터 “트럼프 2.0시대 미국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통상·관세 정책,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과 금리 인하 여부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애초 지난해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은 2.0%였다. 미 대선 직후에 발표한 전망이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며 “오는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2.0%보다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대중국 제재 정책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반도체 사이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 또한 미국의 ‘매파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애초 예상보다 더디게 내리며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상승압력을 잡기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을 보듯 한·미 긴축적 통화정책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으로 시야를 좁혀봐도 긴축적 통화정책·미 달러화 강세가 가져오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차라리 주가를 예측하는 게 더 낫다고 할 정도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예측이 어려운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달러화 강세)도 상승했다”며 “이후 국내적 요인이 겹치면서 원화가 달러인덱스 상승폭과 비교해 더 많이 절하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환율·고금리 장기화에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998년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순 대외채권국이다”며 “다만 대출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환 변동성 위험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연체율 관리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연구원은 올 상반기 대출 연체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원장은 “1분기 정도 되면 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봤는데 조금 더 지연될 수 있다”며 “내수가 둔화하고 대출 연체율도 오른 상황에서 2금융권은 신규대출에서 부실이 크게 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는 서민을 위해서는 ‘재기 지원’에 초점을 두고 지원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자영업자라고 해도 양극화돼 있다. 은행이 대출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꼭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채무조정 정책도 필요하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자영업 진입이 더욱 많아질 수 있어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문제와 관련해 저축은행·새마을금고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도 부동산 PF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먹고 살 길이 없다는 방증이다”며 “서민금융·지역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데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조달해서 대출수익을 내기 쉽지가 않고 여러 제약으로 PF대출을 하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PF를 할 때 시행사가 자기자본을 더 넣어야 하는 게 당연하고 한편으로는 저축은행·상호금융이 어떤 사업모델을 갖고 갈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저축은행은 79개가 있는데 규모도 영업형태도 워낙 다르다. 차별적인 모델을 발굴하고 상호금융은 관계형 금융 취지에 맞게 더 지역 기반·조합원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의 ‘미래’인 인공지능과 관련 IT보안·인재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망 분리 규제개선과 관련해 “틀림없이 가야 할 방향이다. 다만 금융보안 문제 또한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보안 산업을 같이 육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권이 IT 인재를 육성하고 더 많이 영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IT 인력 비중이 해외보다 더 작다. 어떻게 보면 IT의 외주화인데 IT·디지털 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또한 IT 투자에 충분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기술개발 차원에서 금융보안, IT 인재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은

△1965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위원 △KDI 연구위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새출발기금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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