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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뜨거운 갈등사회를 차갑게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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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I 2021.06.03 06:00:00

심사위원 리뷰
서울연극제 참가작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실제 사건 다루지만 연극 형식 두드러지게
이곳저곳 다뤄지는 사회 속 생활풍경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공연 사진. (사진=IRO Company ⓒ 2021. IRO All rights reserved.)
[김소연 연극평론가]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몇 해 전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특수학교 건립, 장애인과 장애인 시설을 기피해야 한다는, 혹은 기피할 수 있다는 편견, 토론회에서 느껴진 격렬한 반대 분위기까지. 이 사진 한 장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후 특수학교 건립 문제는 해당 지역에서의 찬반 논란을 넘어 전 사회적 이슈가 됐고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행동이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그 후 지난 해 3월 강서구 가양동에는 중증장애인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개교한다. 진통을 겪었지만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반성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은 바로 이 주민토론회를 다룬 연극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공동창작한 ‘허구’라지만,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다룬다는 공연소개가 처음엔 의아했다. 설마 이 연극이 장애인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장을 옹호한다거나 장애에 대한 혐오 앞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회색지대를 그려갈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러나 연극은 이 지레짐작을 배반한다.

공연 소개처럼 이 연극은 2017년 9월 5일 서울 강서구에 있던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의 전개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먼저 연극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찬성 측 토론자가 강서구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토론회를 무산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실제 장애인특수학교 주민토론회에서 있던 일이다. 프롤로그 같은 이 짧은 장면이 연극의 1부다.

1부가 끝나면 10분의 휴식 시간이 있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다시 토론회를 준비하는 무대 설치가 진행된다. 무대 설치가 마무리되고 토론회 참석자들이 등장하면 2부가 시작된다. 예의 보도 사진이 포착한 그 장면이 등장하기까지 날선 주장과 비판이 내내 오간다. 혐오 발언은 물론 욕설과 고성도 시시때때로 터져나온다. 이 공연의 프로그램북에 빼곡히 적혀 있던 관련 자료들을 보면, 실제 토론회에서 있었던 발언들을 발췌해 재구성했을 터이다.

다만 이 연극은 강서구 대신 수리구라는 가상의 지역을 설정했다. 또 굳이 1부 2부를 나누며 휴식 시간을 두는 등 연극의 관습을 가시화시킨다. 갈등이 고조돼 서로 뒤엉켜드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무대 위 모든 인물들의 동작이 멈춘 채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한가로운 일상의 모습을 비추며 서정적인 노래를 흘려보내기도 한다. 객석은 장애인특수학교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지고 관객은 그 중 어느 한 편에 착석한다. 이는 관객을 한 측의 주장에 몰입하게 만들지만, 이 객석의 위치가 그 관객이 어느 한 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가와 실제 관계없다는 점에서 허구의 역할이 되어주기도 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 혐오의 폭력에 관한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토가 되어 버린 임대아파트 단지, 그 한 가운데에 있던 초등학교의 강제 폐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차별도 토론회를 가로지른다. 정치적 이해로 갈등을 조장하지만 정작 갈등 앞에 무력한 정치인도 있다. 행정은 관계 조문만을 읽을 뿐이다. 자 이렇게 놓고 보면 지나간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연극의 제목처럼,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생활풍경이 아닐 수 없다. 뜨겁고도 차가운 연극이다.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공연 사진. (사진=IRO Company ⓒ 2021. IRO All rights reserved.)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공연 사진. (사진=IRO Company ⓒ 2021. IR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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