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를 만들 때 식기세척기를 생각하는 스벅 MD들

노희준 기자I 2025.01.23 05:15:29

[인터뷰]스타벅스 MD(기획상품) 조윤숙 팀장
식기세척기·얼죽아 보편화에 텀블러 내구성·용량↑
출시 1년전부터 기획, 소비자·트렌드 분석에 공들여
14세 이상 굿즈 어린이용 기준으로 품질 엄격히 관리
"한분한분이 나를 위한 상품이라 느끼게 하고 싶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식기세척기. 최근 스타벅스가 굿즈(기획상품)로 텀블러를 개발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요소란다. 식기세척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흠집이나 벗겨짐 현상 없이 ‘견디는 텀블러’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는 또 지난해 텀블러 사이즈를 1.1리터(L)까지 키웠다. 굿즈 초장기 시절 300~400L 텀블러 사이즈에 견주면 3배 가까이 용량을 늘린 셈이다. 이는 겨울에도 판매의 65%가 아이스제품에서 나오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만 먹는다) 열풍을 반영한 것이다. 즉 텀블러에 얼음을 한가득 담아 다닐 수 있도록 한 것. 스타벅스가 텀블러 하나를 기획·제작하더라도 소비자 생활습관의 변화상을 디테일에 담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놓기만 하면 날개돋친 듯 팔리는 스타벅스 굿즈의 개발 비법은 의외로 ‘밋밋’하다 할 만큼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스타벅스 굿즈를 총괄하는 MD팀 조윤숙 팀장을 최근 서울 중구 스타벅스 본사에서 만났다.

조윤숙 스타벅스 MD(기획상품)팀장 (사진=스타벅스)
“MD팀장으로서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일상에서 길을 가다가 우리 텀블러를 쓰는 분을 마주할 때에요.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굿즈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스타벅스 굿즈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묻자 정 팀장이 내놓은 설명이다. 그는 “텀블러라고 하면 마실 때, 가지고 다닐 때, 설거지할 때 등 모든 순간에서 너무 편하고 좋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우리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고객의 일상을 낚아채는 굿즈를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통상 상품이나 프로모션 하나를 출시하기 1년 전부터 준비에 나선다. 1월 현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굿즈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상품이다. 정 팀장은 “초반에 트렌드를 조사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고객 행동을 디테일하게 조사하기도 하고 굿즈 시장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소비자가 열광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인기가 있는지 계속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디자인팀이 붙어 협업을 시작한다. 특히 내놓을 굿즈가 스타벅스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생각을 다듬는다. 제조 단계에서는 글로벌 스타벅스 굿즈를 공통적으로 제조하는 업체에 제작을 의뢰한다. 현재 미국 본사가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스타벅스와 협의를 거쳐 굿즈를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스타벅스 굿즈 인기 비결에 대해 “신경을 진짜 많이 쓰는 것은 품질”이라며 “텀블러는 선물도 많이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도 손색이 없는 상품, 현장의 파트너 분들이 소개할 때 좋은 상품으로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2022년 여름 고객 증정품으로 내놓은 ‘서머 캐리백’(여행용 소형가방)에서 유해 물질인 포름알데이히드가 검출된 사건은 품질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사건 이후 스타벅스는 품질안전센터를 신설하고 품질 기준을 강화했다. 현재 14세 이상 용도로 나오는 텀블러나 가방, 열쇠고리(키링)마저 어린이 제품 기준으로 더 엄격하게 제작된다.

조윤숙 스타벅스 MD(기획상품)팀장 (사진=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지난해 굿즈 슬림화에도 나섰다. 텀블러나 머그컵, 키링 등 굿즈 카테고리는 트렌드와 소비자 기호를 반영해 다양하게 유지하되 그 안에 품목수를 줄였다. 그는 “하나하나의 품질을 더 올리기 위해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하나를 더 잘 만들려고 한다”면서 “고객 한분 한분이 ‘나를 위한 상품’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 최근 가장 성공적인 굿즈로 꼽는 상품은 지난해 나온 ‘리저널 컬렉션’ 안녕 시리즈 MD다.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할 만한 8곳(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라, 부산, 경주, 제주)의 주요 관광요소를 머그컵 등에 담은 것으로 국내외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조 팀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으로 꼽는 것은 2022년 8월 광복절에 출시한 ‘고려청자 티 컵, 트레이’다. 고려청자 터가 남아 있는 전라남도 강진의 고려청자박물관과 협업을 통해 실제 공방에서 장인 3명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상품이다. 그는 “진짜 청자 원재료로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대량 생산해야 하는데 하나하나 장인분이 공방에서 만든 것을 모아 내보내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뿌듯하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제작에는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강광묵, 2950개), 토우요(김유성, 2790개), 순도예연구소(백라희, 2700개) 장인이 참여했다.

스타벅스 진심이 통한 걸까. 2013년 본격적으로 굿즈를 개발하기 시작한 후 현재 스타벅스 매출에서 굿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지난해 추정 매출이 3조원인 것을 고려할 때 굿즈만으로 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스타벅스 고려청자 티 컵, 트레이 (사진=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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