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조제성 부연구원(범죄학 박사)은 5일 청소년도박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지정돼야 한다고 했다. 마약과 도박 등 소년범죄를 연구해온 조 박사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청소년 도박을 뿌리 뽑으려면 예방과 처벌을 아우르는 관련 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 박사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를 중심으로 청소년 도박의 예방·단속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을 통합·감독하고 불법사행산업에 관한 감시를 위해 2007년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조 박사는 “사감위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관리뿐 아니라 불법산업 감시도 하고 있기 때문에 유관기관도 모니터링 결과를 사감위에 신고해야 한다”며 “사감위가 지휘소 역할을 한다면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더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불법 사이트의 차단과 예방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관별로 내부 기능과 자원으로 교육과 예방을 각자 다뤄서 사업이 중첩되기도 하는데 사감위는 국무총리실 소속이라 협조를 구하기 쉬울 수 있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청소년도박 거버넌스를 구축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조 박사는 사감위를 필두로 한 청소년도박 거버넌스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더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도박사이트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있어서 차단과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디지털성범죄는 전자심의만으로도 빠르게 권고조치할 수 있는데 도박사이트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심의까지 한 달은 걸린다”며 “그 사이에 총책들은 URL을 바꾸고 달아나니까 불법사이트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게 하는 등 사감위의 권한과 거버넌스의 기능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 공조는 사감위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조 박사는 “범죄 계좌를 추적해서 총책을 잡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국제공조”라며 “한국 경찰의 국제공소는 사실 수준이 매우 높은데 도박 총책이 많이 있는 국가의 공조시스템이 우리나라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상대 국가의 공조기관과 잘 소통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조 박사는 청소년도박 거버넌스가 ‘청소년 보호’와 ‘규제 기조’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도박에 빠진 성인을 인터뷰했을 때 어릴 적 도박을 경험한 성인이 도박에 중독될 확률은 70%이상으로 나왔다”며 “청소년은 우선 보호하되, 이들을 범죄로 유인하는 성인은 엄벌하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