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앱 열풍]택시영업 '배회형'→'호출형'으로 진화중

유재희 기자I 2015.05.28 07:00:00

국내 콜영업 비율 30~35%…택시 실차율 50% 수준 그쳐
교통량 증대·대기오염·연료낭비 등 사회적 비용↑
앱 택시 활성화로 영업 방식 변화 조짐
"개인정보노출 등 앱 택시 해결과제 많아"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서울 A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엄성일씨(57·가명). 택시기사인 엄씨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탓에 2교대(2인 1차)로 일하는 다른 동료와 달리 풀 타임(1인 1차)으로 근무한다.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15~16시간. 이 중 손님 없이 빈 차로 운행하는 게 8시간 이상이다. 엄씨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면서 길에 뿌리는 기름값이 항상 부담스럽다. 엄씨는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진 않지만 나 홀로 운행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시 앱 회원에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리모 택시·이지 택시·카카오 택시·티맵 택시·티머니 택시….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모바일 택시 앱 시장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다음 카카오·SK 등 대기업이 택시 앱 시장에 진입하면서 택시 탑승문화마저 바꿔나가고 있다.

◇택시 운행시간 절반은 ‘빈차’

우리나라의 택시 영업방식은 무작정 도로 위를 달리다 손님을 맞는 배회형 영업이다. 국토교통부 및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선진국 택시는 콜(호출형)영업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30~35% 수준으로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회형 영업방식은 낮은 택시 실차율(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비율)로 이어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요 도시별 택시 실차율(2013. 9월~ 2014. 2월 평균)은 서울의 경우 거리 기준 64.4%, 시간 기준 39.3% 수준에 그쳤다. 인천(48.3%·31.5%), 대구(47%·40.5%)는 거리·시간 실차율이 모두 50%에도 못 미쳤다. 광주(52.8%, 38.5%), 대전(53%, 42%), 부산(56.7%, 23%) 등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 두 대 중 한대는 빈차라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일일 운행거리는 자가용 차량의 10배나 된다”며 “배회형 영업은 교통량 증가로 이어져 교통체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 연료낭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 지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출형 영업방식 확산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긍정적일 뿐 아니라 택시회사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며 “향후 제도적·행정적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택시 앱 택시시장 장악…탑승문화 변화 주도

정부와 서울시 등은 지난 2007년부터 택시 운영방식을 배회형에서 호출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GPS(인공위성을 통한 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한 콜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브랜드 콜택시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시행했다. 그러나 콜 비용부담 및 콜 취소 등 고질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이 정체돼 왔다. 현재 전국 콜택시는 6만 3000여대로 이 중 서울에서 운행하는 콜택시가 3만여대다.

택시기사들은 나비콜·한강콜 등 콜센터업체에 월 5만~7만원씩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데다 이용자가 콜택시 도착 전 다른 택시에 탑승하는 등 콜 취소가 빈발하자 콜서비스 시스템을 외면했다. 승객들 또한 정작 필요한 시간대에는 콜택시 이용이 쉽지 않고, 건당 1000~2000원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콜택시 이용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택시 앱은 △예상 주행거리와 요금 안내 △영수증 발급을 통한 투명성 강화 △간편한 조작방법과 자동호출방식을 통한 편리성 △택시 번호·기사 이름 정보 제공 및 안심메시지 기능을 통한 안전성 강화 △리뷰제도를 통한 서비스 강화 등 현재 콜택시가 가진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빠르게 택시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특히,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데다 서비스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택시 앱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택시의 경우 기사 회원수만 7만 5000여명에 달한다. 많은 기사 회원수는 배차 성공 확률을 높이고, 빠른 배차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이용 승객수 증가→기사 회원수 증가→빠른 배차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며 국내 택시 영업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정부는 물론 택시 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택시가 배회형 영업을 하다 보니 운행 시간의 절반 이상이 공차 운행일만큼 비효율적”이라며 “택시 앱이 활성화되면 운송 원가도 줄이고, 영업 수익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앱의 경우 고령자·장애인 등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택시 앱과 콜택시가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콜택시 업계도 택시 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전화를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할 수 있는 만큼 여성전용 운전자 도입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 해결과제 많아”

그러나 택시 앱이 콜택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택시 앱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서비스여서 기사와 승객이 한 번 연결되면 서로의 연락처가 휴대전화에 남는다. 따라서 기사(고객)가 범죄 의도를 갖고 고객(기사)에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모든 이용 기록을 택시 앱 회사가 관리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택시 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성모씨(28·여)는 “택시 앱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의 경우 생활 반경·패턴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기사들의 승차거부와 승객의 콜 취소 문제도 해결과제다. 택시 앱 회사들은 승차거부 등으로 평점이 나쁜 기사에는 배차 기회를 줄이고, 일방적인 예약 취소가 많은 승객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 중이다.

택시기사 안모씨(46)는 “조금 기다리더라도 콜을 요청한 뒤 다른 택시를 골라 타지 않는 문화가 안착하지 않으면 택시 앱이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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