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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론조사특위를 현 시점에서 출범하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상황이 특수하다.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했다는 조사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의외의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국민의 솔직한 목소리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와중에 ‘왜곡된 여론조사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하는 것은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들을 전면 부정하고,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조사를 틀어막으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제도 개선’을 내세워 조사 기관 길들이기에 나서고, 종국엔 검열까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날 오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오후에 특위를 출범하면서 사실은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민주파출소’가 촉발한 카톡 검열 논란이 가시지도 않은 마당에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특위를 출범해야 했다면 민주당에 조금은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이어야 했다. 당장 며칠만 더 기다리면 ‘서부지법 폭동사태’가 민심에 반영되면서 민주당에 조금 더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왔을 텐데 이 며칠조차 참기 힘들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제1 야당답지 않은 악수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과 함께 현실화한 ‘조기 대선’에 대한 조급증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여론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외부적으로는 대선의 ‘대’자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지만, 대선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결국 불필요한 정쟁거리만 늘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