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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밀려나는 소아과 전문의…"낮은 수가에 지쳐"[안치영의 메디컬와치]

안치영 기자I 2025.02.26 05:10:00

서울 소재 소청과 의원, 5년새 45개 줄어
소아과 의원 한 곳뿐인 지방도 많아
비싼 임대료·저수가…''몸값만큼 못벌어''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서울 외곽 소재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사직했다. 이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과를 유지하기엔 수익이 맞지 않아 대표 원장과 협의해 그만뒀다고 한다. 나름 학원가에 있는 의원이어서 소아청소년 환자가 많았지만 그는 원장 표현을 빌려 ‘전부 돈 안 되는 환자’라고 했다. 서울에서 자기 몸값보다 많이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그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볼 생각이라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사직했다는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소아약국 또한 얼마후 문을 닫았다. 소아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는 “찾는 아이 환자도 줄어들고 임대료를 맞출 수 없어서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아이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이영훈 기자)
서울을 떠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환자를 많이 진료해도 수익은 다른 진료과를 넘어설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 여기에 치솟는 서울 땅값과 임대료, 인건비 등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점점 서울을 떠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소재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456개로 5년 전보다 45개 줄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가 2023년부터 조금씩 늘어난 수치다. 서울은 줄었지만 경기는 5년 전보다 35개 늘었으며 부산(3개 증가)과 인천(6개 증가) 등 일부 대도시도 다소 늘었다.

지방은 감소 추세를 넘어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단 한 곳만 존재하는 지역도 있다. 이런 지역은 아이들이 없는 이유가 크다. △강원 홍천군 △횡성군 △양구군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단 하나뿐이다. △경남 밀양시 △함양군 △경북 문경시 △예천군 △전남 무안군 △충남 금산군 △부여군 △서천군 △충북 옥천군 △증평군 △전북 부안군 또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한곳이다.

이러한 지역 내 소아 진료를 보조하기 위해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공중보건의사로 고용한다.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다. 2024년 4분기 기준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명 줄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진료과보다 비급여가 많지 않아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 진료비 위주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의원 진료 횟수당 진료비는 2023년 기준 1만 9227원으로 전체 진료과 평균 4만 154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아청소년 의원을 찾는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도 14만 5534원으로 전체 진료과를 통틀어 최저 수준이다. 건당 진료비가 적으면 찾는 환자라도 많아야 하는데 2023년 기준 소아청소년과 의원 진료인원 수는 754만 5000명으로 중간 정도에 그친다. 코로나19 기간에 50% 가까이 줄었던 환자가 2023년부터 회복된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임대료 등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방은 임대료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여전히 상승세다. 인건비 부담 또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개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일부 의원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비급여 의료제품 판매로 수익을 보전하고 비급여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버티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관계자는 “만성적인 낮은 수가를 정상화하고 연령 가산의 범위를 늘리고 가산율을 최소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산을 초진에서 재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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