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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권성동…연금개혁 합의 이뤘지만 추경·탄핵 수습은 과제

김한영 기자I 2025.03.21 05:30:00

尹탄핵 정국 속 원내대표 당선 100일
與반발에도 여야 합의 이끈 조율능력
중도·강성 보수 '투트랙' 전략엔 이견
강경 보수 지지 이탈하는 정치 타격도
추경 추진·탄핵 결과 대응에 리더십 이목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 이후 원내대표로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가운데 권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연금개혁을 타결하며 정책 조율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에게서 중도층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와 탄핵 심판 이후 당내 안정이라는 과제까지 떠안으며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며 발언을 하던 중 목이 멘 듯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당내 이견에도 모수개혁 타결한 ‘중용 리더십’ 평가

권 원내대표는 20일 같은 당내 의원들에 반발에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높이는 모수개혁안에 여야 합의를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소속 의원들 중 일부가 소득대체율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으나 그는 “조금이라도 진전이 가능하면 가능한 것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합의를 성사시켰다.

또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에도 권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여야가 합의한 폐지 부분부터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계기로 상속세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서는 그의 조율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연금개혁에 대해서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합의된 (연금개혁)안에 대해서도 2030 세대가 동의하지 않음에도 하나씩 해내려는 것 자체는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강경 ‘투트랙’에 강성 보수 지지 잃어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앞 탄핵 반대 시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의원들의 참여는 막지 않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도층을 의식하는 동시에 강성 보수층도 달래려는 행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최근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시위에 참여한 한 영남권 의원은 “인기를 얻으려고 했으면 같이 농성을 하러 갔을 것”이라며 “투쟁은 자율적으로 하고 (지도부는)민생을 챙기는 전략에 민주당이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괜찮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 친한(親한동훈)계 관계자도 “탄핵 반대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당의 지도부로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조기 대선을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발언은 하긴 어려운 처지”라고 했다.

다만 투트랙 전략으로 강성 보수의 지지를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지도부 소속 의원 다수는 실제로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질타 섞인 문자를 최근까지도 받고 있다. 이날 기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도 ‘권성동은 배신자다, 사퇴하라’는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친윤(親윤석열)계 일부 반발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여론이 거세지는 와중 지도부가 중도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중 일부는 권 원내대표에 직접 당 지도부가 나서 탄핵 기각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친윤계인 강승규 의원은 지난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이 승복하겠나. 탄핵 승복의 주체는 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권 원내대표의 ‘탄핵 승복’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영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주요당직자 연수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추경 협상·탄핵 심판 이후 당내 수습 과제

추경 논의도 권 원내대표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추경을 반대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투입하는 ‘핀셋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포함한 대규모 추경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당내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뉴딜이 언급되며, 관련 예산이 추가될 경우 추경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를 공격 소재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권 원내대표의 역할도 달라질 전망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강성 보수를 달래면서도 조기 대선 및 경선을 준비하는 수습 역할이 그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탄핵이 기각·각하될 경우, 민주당의 추가 탄핵 시도에 대응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쉽지 않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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