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문장이 캐나다 퀘벡주로 날아간 이유였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과 달리 북미권, 그 중에서도 캐나다의 가족정책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미국은 육아휴직 자체가 없는 가장 후진적(?)인 나라다.
하지만 캐나다 퀘벡주는 달랐다.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럽권의 복지 정책을 벤치마킹한 제도가 많다. 특히 아빠의 육아참여를 위해 도입한 ‘부성휴가’(Paternity Leave·아빠만 쓸 수 있는 육아휴가) 제도는 북미권에서는 오직 퀘벡주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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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의 장 르사주 국제공항. 남자화장실에 입구에 붙어있는 ‘기저귀 교환대’ 표시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화장실에서만 볼 수 있다. 퀘벡에선 어딜 가든 남여화장실에 모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다.
시내에선 평일 낮에도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퀘벡도 처음부터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반세기 만에 아빠들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는데는 부성휴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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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험을 도입해 소득을 보전해준 영향은 컸다. 퀘벡 가족부에 따르면 부모보험이 도입되기 전인 2005년의 부성휴가 사용률은 3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아빠 10명 중 8명은 부성휴가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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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의 부성휴가 기간동안 아내와 함께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면서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가 처음으로 부모가 돼 서툴기만한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며 육아의 어려움과 아이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3살 아이 한 명을 기르며 부성휴가를 쓴 에릭 푸아송(Eric Poisson)씨는 “아이가 자주 깨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모유수유를 하느라 주로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빨래나 요리 등 집안일을 맡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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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씨는 5주간의 부성휴가를, 크리스티앙씨의 아내는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쓴 후 직장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부성휴가를 쓴 퀘벡의 아빠들은 5주가 짧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 육아선진국들처럼 적어도 3개월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푸아송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짧은 기간이지만 직접 부대끼며 키우면서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가족이 내 삶의 1순위, 직장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부담 안주는 출산휴가…눈치 볼 필요없다
퀘벡의 부성휴가가 활성화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회사가 떠안는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부성휴가 사용시 지급하는 급여는 대부분 부모보험이 책임진다. 회사는 부모보험에 매달 일정한 보험료를 내는 대신 부성휴가나 모성휴가를 사용중인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의무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3개월간 출산휴가를 간 직원 급여 대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국내 한 대형은행 임원은 “우리나라는 출산과 관련한 비용을 개별 기업에 지나치게 많이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를 여럿 낳아 매년 육아휴직을 쓰는 여직원들이 야속할 때도 있다. 결국 신입사원을 뽑을 때 어쩔 수 없이 남성을 더 많이 뽑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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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부성휴가를 사용한 GSOFT 직원 매튜 카윙(Mathieu Caueng)씨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내 인생의 굉장히 큰 도전이었고 회사의 지원으로 나는 아빠로서, 사회인으로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온 그는 가족정책에서만큼은 퀘벡이 유럽 복지국가인 스위스보다 선진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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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움직임은 ‘아이들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는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합계출산율 1.17명에 그치는 우리는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
◇용어설명
부성휴가(Paternity Leave):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아빠가 쓸 수 있는 5주간의 출산휴가. 휴가 기간 중 부모보험 기금으로부터 급여의 55~75%를 지원 받는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