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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중 1명 걸리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한 ‘교수님’

이지현 기자I 2025.02.26 05:10:00

■신의열전-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청과 교수
국내 유일무이 미토콘드리아 질환 전문가..신약개발 박차
뇌·신경계·근육 등 이상 증상..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영향
10만명 중 1명 꼴 발생..우리나라는 700~800명 정도 치료 중
28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환자·가족 사회적 행복 동행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보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큽니다.” 이영목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진료부원장) 겸 대한유전성대사질환학회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에 해당하지만 해마다 지원자가 줄면서 미달사태가 속출하는 대표적인 비인기과로 꼽힌다. 그런데 이 교수는 환자도 전공자도 적은 소아신경학, 그것도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전문분야로 선택했다. 환자도 드물고 돈도 되지 않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그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영목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세계 최초 치료제 개발 눈앞

매년 2월 28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질환만 해당한다. 2024년 기준 지정된 희귀질환은 1314가지다. 80% 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이다. 2022년 기준 희귀질환 발생자는 5만 4952명으로 누적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희귀 질환 중에서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다. 이 교수는 2004년 프랑스 파리 11대학 생화학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미토콘드리아 진단에 관해 공부했다. 그는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진단법을 잘 찾는 것이 의사로서의 소명 중 하나라고 생각해 이 질환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면서 “당시만 해도 유전적 진단법이 등장하기 전이어서 생화학적 기법으로 진단하는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한국에 돌아온 후 임상적으로 (해당 질병으로) 의심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확진 판정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뇌·신경계·근육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부분에 두드러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이라 했을 때 환자는 약 500명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국내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700~800여명이나 된다. 아직 진단받지 않은 환자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생활할 땐 문제가 없던 사람이 성인이 돼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단백뇨 등의 증상이 찾아와 희귀질환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기술의 발전 등으로 희귀질환판정을 받은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보는 전문가는 극소수다. 그는 “진단이 돼야 치료가 되는데 희귀질환 진단 자체 난이도가 높은 데다 보는 사람도 많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외롭고 고단하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미국 UC 샌디에이고에 2년간 교환교수로 가서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고 ‘KL1333’이라는 치료제 개발로 확장한 상태다. 이 신약 후보 물질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돼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신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영목 교수가 미토드리아 질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 희귀질환 극복하려면

그는 희귀질환을 반드시 극복돼야 할 질환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세상에 수많은 다양한 질환 중 과거에 희귀했던 것도 최근엔 흔해진 질환이 있다”며 “진단법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실제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밝혀지는 질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희귀질환도 관심과 연구가 집중된다면 진단과 치료법의 개발로 치유 가능한 질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희귀질환자는 진단 후 적극적인 치료나 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가 없는 이상 불치병이라며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희망을 전했다.

그는 “같은 희귀질환 집단을 봤을 때 돌연변이 인자가 어떤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를 수 있다”며 “또 태어난 이후에 어떻게 아이를 케어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임상 현장에서의 경험을 공개했다. 이어 “바꿔서 얘기하면 의료진 입장에선 유전병이고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해줄 게 없는 게 아니고 잘 돌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며 “사실 이런 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해줄 게 많다”고 덧붙였다.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의 적극적인 치료 협력이 희귀질환을 극복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희귀 질환에 대해 모든 사람이 관심을 둬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10만분의 1의 확률로 희귀질환자가 나오는데 10만명이 10만분의 1씩 위험도를 나눠 가지는 게 아니고 9만 9999명은 괜찮고 한 명이 모두 가져가는 구조”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10만명 모두가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관심과 책임이 최소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누군가의 희귀한 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나 또는 나와 가까운 누군가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인만큼 ‘함께 간다’는 희망 동행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건 자연확률”이라며 “그 한 명에 해당하는 희귀질환자나 가족들이 외로우면 안 된다. 최소한 그만큼은 사회적인 책임과 관심, 개인의 책임과 관심을 두고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이해해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뇌·신경계·근육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부분에 두드러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신경·근육증상이며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퇴행성경과도 이에 해당된다. 자녀가 어느 날부터 잘 걷지 못하고 호흡하는 것이 불안정해지는 등 발달지연증상이 발견되면 발병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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