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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전 원장은 “사외이사 역할은 기업의 경영을 견제하는 동시에 건전한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며 “이사회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업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조차도 이사회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한지주 사외이사 시절 경영진의 잘못된 증자 결정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사외이사 제도의 한계를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 9월 당시 주당 2만 9600원에 유상증자를 했는데, 이후 증자 자금을 활용하지 않은 채 2022년 4월 4만원대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여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증자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고, 사외이사로서 이를 허용한 나 역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사임했다”며 “경영자나 사외이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야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나쁘거나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변 전 원장은 1990년대 중반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에서 사외이사 제도 도입에 관여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의 거버넌스 모델을 참고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한국의 현실에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외이사 제도가 정착된 외국에선 이사회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로 작용하지만,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절차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외이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임에도 기업과 가까운 인사들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변 전 원장은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되기 위해선 사외이사 제도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닌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