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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예스맨만 원하는 기업들…원칙대로 하겠다니 연락 뚝"[사외이사 대해부⑤]

박순엽 기자I 2025.03.11 05:15:00

변 前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사외이사 제도’ 쓴소리
“기업뿐 아니라 사외이사조차 역할 중요히 여기지 않아”
“독립적인 의사결정 어려워…기업들 ‘원칙적 인사’ 기피”
“韓 기업 거버넌스, 실질 개선 위해 사외이사 역할 강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 기업들은 이사회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외이사들을 잘 대해줘서 절차만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외이사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최근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외이사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꺼냈다. 그는 과거 신한지주(055550)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국 사외이사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변 전 원장은 “사외이사 역할은 기업의 경영을 견제하는 동시에 건전한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며 “이사회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업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조차도 이사회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한지주 사외이사 시절 경영진의 잘못된 증자 결정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사외이사 제도의 한계를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 9월 당시 주당 2만 9600원에 유상증자를 했는데, 이후 증자 자금을 활용하지 않은 채 2022년 4월 4만원대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여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증자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고, 사외이사로서 이를 허용한 나 역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사임했다”며 “경영자나 사외이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야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나쁘거나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지주 외에도 몇몇 기업에서 사외이사 제안을 받았지만, ‘원칙대로만 하겠다’고 회신하면 대부분 답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한국 기업은 사외이사 자리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변 전 원장은 1990년대 중반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에서 사외이사 제도 도입에 관여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의 거버넌스 모델을 참고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한국의 현실에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외이사 제도가 정착된 외국에선 이사회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로 작용하지만,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절차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외이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임에도 기업과 가까운 인사들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변 전 원장은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되기 위해선 사외이사 제도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닌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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