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셜 네트워크에 생기는 소통 메시지의 상당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글, 사진과 그림, 음악 등에 ‘나의 생각’을 얹는 것이다. 본인의 선호 경향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 나라에도 이제 조금씩 도입과 정착이 되고 있는 패션 셀렉트 샵 즉 편집 매장들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본인이 선호하는 상품들을 구매해서 매장에 진열한다. 그리고 상품을 통해서 고객과 소통한다. 본인이 취급하는 상품의 첫번째 고객이 본인인 경우가 많다. 몇해 전 편집매장을 운영하던 유명 영화배우와 상품 콜라보레이션을 협의할 때 매장 운영의 이유에 대해서 그는 본인이 ‘가지고 싶은 상품을 사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누구나 블러그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본인의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대부호들이 미술품을 수집하여 개인 박물관에 소장하고 혼자 보며 즐거워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아주 평범한 젊은 직장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선호하는 글, 사진, 음악, 여행지, 식당, 취미활동 등에 대해 소개하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상당히 큰 즐거움을 준다.
다만 원칙은 내가 선택한 내용에 대한 인용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퍼온 내용’이 어디서 온 것이고 누가 만든 것인지, 또는 어떤 책과 매체에서 가져온 것인지를 언급하여야만 한다. 자칫 표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을 소개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지만 원저작자와 상관없이 내 것 인양 착각을 하고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얼마 전 공중파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메인 출연자와 유명 뮤지션을 묶어 초대형 콘서트를 통해 함께 만든 음악을 발표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한 곡이 최근 표절 시비로 화제가 되었다. 표절이라는 것이 시비를 가리고 판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가 100% 모방이 아니라 유사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의 검색과 링크를 통한 ‘퍼나르기’ 공유가 쉬워지는 최근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원저작물을 만드는 창조 활동에서는 더 많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제레미 리프킨이 2000년에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원제목은 ‘접속의 시대’(Age of Access)이다.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사람은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운 개념이 되었다. 이제는 소유물을 상대방이 부러워하도록 만드는 즐거움이 아니라 선호 이유를 상대방이 공감해주는 즐거움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접속의 편의성 혁신은 소유의 개념도 혁신하였다. 내 선택은 내 정체성, 바로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선택이 공감되어 지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