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논란ⓛ]기업들의 꼼수전쟁..담합 걸려도 면죄부?

윤진섭 기자I 2011.12.02 09:10:00

범법기업들..자진신고 통해 과징금·검찰고발 면제
리니언시 혜택 과도하다 VS 담합 적발하려면 불가피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담합 사실을 최초로 고백하면 과징금을 전액 물지 않고 형사고발도 하지 않는 자진신고 감면제(리니언시:leniency)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담합(카르텔) 근절을 위해 도입한 리니언시는 담합 사건의 70% 정도가 이 제도를 통해 적발될 정도로 안착했다. 그러나 나만 살겠다고 신고하는 고발자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대기업만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착한 배신이냐, 상습담합 대기업의 면제 수단이냐`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가장 큰 과징금을 맞은 대기업만 면제를 받다니…. 담합을 주도한 회사는 쏙 빠지고 애꿎은 중소업체만 과징금 폭탄을 맞는 이 제도가 과연 옳은 것인가요?" -한 중견 보험회사 임원-

지난달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16개 보험회사들이 장기간 관행적으로 개인보험 상품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 담합을 해왔다며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보험업종에 대한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다. 특히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2개 보험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총 2920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 대형생보사 리니언시 과징금 면제..중소업체 "해도 너무해!" 
 
그러나 정작 이들은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일부만 내는 특혜(?)를 누렸다. 특히 리니언시 적용 회사가 아닌 대한생명은 공정위에서 조사 협조 명목으로 기존 과징금의 20%에 해당하는 121억원을 면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빅3가 막대한 과징금을 면제받거나 감면 받은 데는 담합사실을 공정위에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다. 담합 사실을 가장 처음 신고한 회사는 과징금 100%를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50%를 면제해준다. 검찰고발도 자진신고를 한 업체는 제외된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고시에 따르면 자진신고를 확인받은 사업자는 검찰고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과징금 면제해주자 너도나도 자진신고
 
리니언시 제도는 1997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처음에는 1순위 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면제를 75%로 한정지으면서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을 100% 감면해준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97년 자진신고 감면제를 처음 도입한 후 이 제도를 통해 카르텔을 연간 1건 정도 적발했으나 2005년 이후에는 연평균 12.4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66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LPG 업체 가격 담합, 올해 생보사 담합, 국제항공사 항공 화물 운임료 담합 등이 이 제도를 통해 과징금 부과가 가능했던 사안들이다. 한 번 신뢰가 깨지면서 회사들은 너도 나도 앞장서서 담합을 자진 신고하는 추세다.
 
공정위는 담합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회사간 담합이 보다 은밀해지고,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리니언시 제도의 필요성은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담합을 주도한 회사들은 과징금을 면제받고 불가피하게 담합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중소회사들만 과징금을 무는 것은 법 정의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 "리니언시 과도한 면죄부" VS "담합 조사위해 불가피"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리니언시를 적용 받아 어떻게든 리니언시에 편승해 면죄부를 얻으려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 미래희망연대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199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담합에 따른 과징금은 2조759억원이 부과됐으나 리니언시 감면을 적용해 실제 받아낸 과징금은 1조3063억원으로 62.9%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연맹 한 관계자는 "담합을 주도한 회사는 자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면제 받는 기형적인 현상이 과연 공정한지 따져 제도를 새롭게 개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혜택이 줄어들면 누가 욕 먹을 것을 감수하고 자진신고에 나서겠냐. 생보사 담합 적발로 결국 혜택이 소비자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혜택 축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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