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여상규 “검경수사권 조정 필요…특별재판부 절대 반대”

조용석 기자I 2018.11.20 05:00:00

수사권조정 방향, 정부안 유사…공수처는 확고한 반대입장
“檢, 특수수사는 1차부터 맡아야…사법·행정경찰은 분리”
“사법농단은 없다…단순한 컨설팅은 문제 삼을 수 없어”
“특별재판부, 사법독립 침해…현 제도로 공정한 재판 가능”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 ‘역사적’이라고 자평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고도 국회에 정부입법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한 의원입법 방식으로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직접 검경의 의견충돌을 조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정부가 검경 조율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국회로 넘긴 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여상규(70·사법연수원 10기·사진) 위원장의 생각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법사위는 수사권 조정의 한 축인 검찰을 담당하는 상임위기도 하다.

여 위원장은 지난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합의안과 매우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사법농단은 없다고 단언한 여 위원장은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설치하는 순간 사법권 독립은 형해화(形骸化)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여 위원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필요하다. 적어도 경찰이 검찰의 하부기관은 아니지 않나. 경찰이 자체적으로 1차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는 검찰에 지금과 같이 수사지휘권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수사가 끝난 후 기소여부는 검찰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때는 검찰이 보강수사 등 수사지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의 경찰에 대한 상시적인 수사지휘권은 필요가 없다. 다만 재벌 수사와 같은 특수수사는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정부조정안도 부패범죄나 뇌물 등 특수수사에 한해 검찰의 1차 수사권을 허용했다.)

-경찰권이 너무 비대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경찰을 빨리 행정경찰과 사법(수사)경찰로 분리해야 한다. 행정경찰에 대한 권한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에 넘겨 자치경찰로 만들어야 한다. 반면 사법경찰은 독립해 별도의 수사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말이다. FBI와 같은 수사조직을 법무부 산하에 만들면 검찰과 사법경찰 사이에 굉장히 친밀한 관계가 유지될 뿐 우리나라처럼 검경이 싸우는 문제도 없어질 것으로 본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정부안으로는 절대 안 된다. (법무부는 송기헌 의원 의원입법 방식으로 정부법안을 냈다.)공수처에서 제일 걱정되는 것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다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공수처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완전히 정적 죽이기 또는 야당 죽이기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자기편만 쓰는 인사 스타일이다. 공수처라고 그렇게 하지 않겠나. 더 큰 문제는 공수처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로 절반 이상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뜻인가?

△정부안에는 공수처 검사 중 검찰출신은 50% 미만으로 하고, 나머지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럼 누가 오겠나. 우리 자유한국당에서는 100%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올 것으로 본다. 지금도 법무부도 그러고 있지 않나. 청와대가 검사장이 맡았던 주요보직에 민변 출신 변호사를 앉히지 않았나. 민변 변호사들이 공수처에 오면 누굴 수사하겠나. 재벌과 야당은 죽어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 투명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액자 속 문구(국익우선, 법치수호, 품위유지 법사위)는 여 위원장이 직접 생각한 법사위 운영 방안이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크다.

△보는 시각이 어떻냐에 달려 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판농단은 있을 수 없다.

-사법농단은 없다는 말인가?

△진행 중인 재판을 가지고 ‘내 요구를 들어주면 이 재판에서 당신을 승소시켜 주겠다’ 이런 것이 재판거래 아니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재판을 판사가 자기 주관으로 승소시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재판거래를 하는 판사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대법원이 상고법원과 관련해 청와대를 설득·홍보하는 과정에서 정부 중요 재판에 대해 상황보고를 하는 것이 어떻게 사법농단이냐. 사법농단은 오해다.

-대법원이 특정 재판에 컨설팅을 했다는 의혹도 있지 않나?

△그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 증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재판을 좀 천천해 해달라는 등의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것은 변호사가 법정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게 왜 사법농단이고 재판거래인가. 또 국가가 당사자인 재판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이야기하면서 ‘국가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없겠느냐’고 물으면, 대법원장이 ‘이런 증거가 나온다면 이길 수 있겠다’고 원론적 수준에서 답할 수 있다. 또 어떤 증거를 제출하면서 재판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변호사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검찰이 이 정도 컨설팅을 사법농단으로 포장해서 수사하고 있는 거다. 어떻게든 사법농단 재판거래 관련자를 구속시키고 기소하겠다는 검찰 입장에서는 무엇을 못하겠나.

-사법농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별재판부는 한번 만들면 후회가 굉장히 많을 제도다. 재판의 독립이란 내 재판을 어느 판사가 맡는지 모르게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정 판사를 지명한다면 재판 독립이 되나. 특별재판부 구성에 시민단체도 관여하는데, 특정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중립적인 판사를 고르겠는가. 당연히 자신이 원하는 재판을 해줄 사람을 고를 것이다.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순간 사법권 독립은 형해화(유명무실)될 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나 정치적 사건은 모두 특별재판부로 가게 될 것이다.

-판사 중 사법농단 이해관계자가 많아 특별재판부가 거론된 것 아닌가?

△이미 사법농단과 관련이 있는 판사는 모두 드러난 상태다. 그 판사들이 사건을 배당받는다면 재판을 하겠나. 회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이해관계자라는 것을 아는데 재판을 맡아서 하겠다는 판사는 없다. 판사가 회피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기피신청을 하면 된다. 그간 기피신청이 자주 기각된 것은 이유 없는 기피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이번처럼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데 부작용만 잔뜩 생길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제안은 절대 반대한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약력

△1948년 경남 하동 △1977년 서울대 법대 졸업(수석) △1980~1993년 서울형사지방법원 및 서울고법 판사 △18,19,20대 국회의원(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 △2015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2018년 7월~ 법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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