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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30달러 이하만" 수출 늘었지만…중저가만 팔린다

경계영 기자I 2025.01.17 05:50:20

[K뷰티 명과 암]③
SNS 화제에 합리적 가격까지 해외 진출 확대
인디 성공했지만 후속작 관건…고가 브랜드 자리 잡아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클린뷰티 브랜드를 전개하는 A사는 최근 미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려 일부 채널과 접촉했지만 당분간 입점을 미루기로 했다. 제품 가격을 30달러 이하로 책정하고 일정 정도 이상의 물량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입점 조건 때문이었다.

A사 대표는 “친환경 원료에 특허받은 자체 기술까지 적용했기에 제품 가격을 양보할 수 없었다”며 “K뷰티는 중저가 가성비 제품만 있는 게 아닌데도 해외에서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 저가 이미지로 굳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K뷰티가 지난해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저가 제품만 잘 팔리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아마존 미주 베스트셀러 스킨케어 토너 부문에 메디큐브 제로 모공 패드(1위)와 코스알엑스 펩타이드 콜라겐 부스터(3위), 아누아 수딩 토너(6위), 메디힐 코튼 패드(7위), 아누아 밀키 토너(9위) 등 5개 제품이 포함돼있다. (사진=아마존)
아마존 미주 베스트셀러 립케어 부문에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와 립 글로시 밤이 1·2위에 올라있다. (사진=아마존)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선전하는 브랜드 상당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만들며 소비자의 마음을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개발·생산(ODM) 업체를 활용해 제품력도 받쳐줬다. 결정적으로 제품 가격이 합리적 수준이었다.

실제 미국, 일본 등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보면 대중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중저 가격대가 많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는 제품은 △선크림 분야 ‘조선미녀’(50㎖·20달러) △파운데이션 분야 ‘티르티르’(18g·25달러) △폼클렌징 분야 ‘아누아’(150㎖·13달러) △립마스크 분야 ‘라네즈’(20g·24달러) 등이 있다. 대부분 30달러 아래다.

인디 브랜드가 선두에 서서 K뷰티를 이끄는 동안 과거 중국에 없어서 못 팔던 프레스티지(고급)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051900)의 ‘더후’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방 화장품 자체가 서구권엔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프레스티지 브랜드의 경우 아직 K뷰티 충성도가 강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지금 해외 소비자에게 K뷰티는 ‘새롭고 신기한 것’ ‘기존에 없던 제형이나 원료를 적용한 트렌디함’ 등과 같은 이미지”라며 “인디 브랜드로선 독특한 걸 끊임없이 보여줘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게 과제일 것”이라고 봤다.

실제 브랜드 가히를 전개하는 코리아테크의 매출액은 2021년 2513억원에서 2023년 943억원으로 2년새 62% 급감했다. 가히는 국내에 멀티밤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이를 이을 만한 후속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흥미 위주로 간다면 K뷰티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뷰티가 궁극적으로 성공할지는 대표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가 같이 현지에 안착하고, 프레스티지 브랜드까지 자리 잡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키우는 데 장기간이 걸린다”며 “K뷰티는 이미 매스 브랜드로 낮아진 문턱을 넘었고 프레스티지 브랜드까지 성장시킬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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