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집단이기주의에 물러서선 안된다

논설 위원I 2018.10.23 06:00:00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조만간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어제부터는 사립유치원 못지않게 툭하면 사고가 터지는 어린이집 점검에도 나섰다. 일단 보조금 부정수급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학부모들은 분노해 들고일어선 상황이다. 정부지원금으로 명품가방과 성인용품 등을 구매해 논란을 빚은 사립유치원이 소재한 경기 동탄에서는 어제 학부모 수백명이 모여 비리 유치원 퇴출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아이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자는 절규다. 서울에서도 유아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가 열리는 등 비리규탄 움직임이 전국으로 번질 기세다.

그런데도 사립유치원들은 사과와 반성은커녕 되레 큰소리다. 공금횡령 등으로 징계 받은 교육부 공무원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유치원 추첨을 온라인으로 하는 ‘처음학교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문을 닫겠다”거니 “원아를 모집하지 않겠다”거니 하는 곳도 있다. 지역 아이들을 볼모로 잡아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부는 이들의 부도덕한 집단이기주의에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비리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는 한편 지원금을 환수하고 형사책임을 묻는 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간판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일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연간 2조원이 넘는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국가가 관리하는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해 회계 투명성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리가 공개된 사립유치원은 전체의 33% 정도만 감사를 실시한 결과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4200여곳 전부를 다 조사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 유치원보다 더 많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어린이집도 보조금 부정수급, 아동학대 문제 등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치원과 같은 잣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기회에 어린이를 위한 사회 기반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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