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에 나서는 기업의 상당수는 해당 업종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많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LPG 담합도 LPG 수입·공급 1위 업체인 SK에너지가 과징금 면제를 받았다. 또 최근 불거진 생명보험 담합에서도 가장 큰 과징금을 받은 교보, 삼성생명, 대한생명은 1, 2순위라는 이유로, 담합 적발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100% 면제 받거나 깎아줬다.
결국 담합으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본 기업이 자진 신고를 통해 처벌은 받지 않고, 애꿎은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자진 신고를 하더라도 담합 사실에 대한 어느 정도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 교수는 "담합을 주도한 업체는 면책을 받고 이들에게 끌려간 업체들만 처벌을 받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과징금 면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리니언시 제도가 국내 정서에 일정부분 배치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면 폭이나 대상을 줄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다만 감면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가 마련 중인 개선안은 심의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하더라도 과징금 감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를 통해 위원회가 자진신고 감면 대상자 지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다.
실제 공정위는 최근 적발된 전선업체 담합에서 자진신고 1순위 업체인 A사가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순위 직위를 박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는 담합을 자진 신고한 사업자가 자신이 가담한 또 다른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 등을 추가로 감면받을 경우, 과징금 추가 감경률을 기존 20%에서 `20% 범위 내`로 조정했다. 이밖에 수차례 담합으로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과징금 감면혜택을 주지 않거나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