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지혜가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지난해 별세한 어머니이자 배우인 고 윤소정을 추모한다. 그는 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양예술극장에서 ‘신의 아그네스’의 1막을 시연한 후 “어머니 추모의 의미가 없었다면 걱정하거나 받지 않았을 부담이 있다”며 “어쩌면 배우로서 정말 고마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영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녀 아그네스와 법정에서 파견한 정신감정의사 리빙스턴 박사 그리고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원장 수녀의 이야기다. 인간과 신의 관계, 종교와 믿음을 다룬다.
오지혜는 ‘신의 아그네스’에서 과거에 윤소정이 연기했던 리빙스턴 박사를 연기한다. 그는 “어머니와 같이 배우의 길을 걷는 자로서 연기로 추모할 수 있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영화 등과 달리 연극은 누군가를 추모하기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데 연극 제작자의 의지 덕에 무대에 섰다”고 했다.
그는 “평생 아버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같은 배역을 연기하니 엄마 모습이 나오더라”고 윤소정이 연기한 캐릭터를 맡은 소감을 남겼다. “엄마가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했을 때와 지금은 다른 만큼 작품의 해석도 다르고 캐릭터도 변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지혜는 ‘신의 아그네스’로 4년여 만에 대학로 출연작을 냈다. 그는 “올림픽 주기로 연극에 출연하는 듯하다”며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니 갓 데뷔한 신인배우처럼 설레고 때론 관객이 두렵다”고 각오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1982년에 미국 뉴욕에서 초연했으며 이듬해 국내 초연했다. 아이를 목졸라 죽인 수녀를 다뤄 화제가 된 문제작이다. 이번 재연에 오지혜를 비롯해 전국형과 송지언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연출은 박혜선, 홍세희 번역이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참여했다. 공연은 3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