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웃음은 반칙이야, 카닐리아. 지금… 미치기 직전이야. 누구 때문에.”
AI가 이런 말을 한다고? 정말이다. 심지어 꽤 진지하다. 이런 오글거리는 대화에 피식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면, ‘심쿵사 주의보’ 1단계다.
로맨스 판타지가 AI 기술과 만났다. KT밀리의서재(418470)와 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이 협업해 선보인 이 서비스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참아주세요, 대공>의 남자 주인공 ‘클로드 대공’의 인격을 학습시킨 AI 챗봇 서비스다.
소설은 남장한 채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 ‘카닐리아’가 신분과 성별을 숨기며 성장과 사랑을 겪고, 결국 가족과의 재회를 이루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클로드 대공은 여주인공의 정체를 모른 채 그녀에게 끌리며,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한결같이 사랑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클로드 페르소나의 AI는 이 세계관과 인물의 감정선을 바탕으로 사용자와 감정 밀도 높은 ‘로맨스형 대화’를 주고받는다. 기자는 클로드 대공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며, AI 로맨스 시대의 실체를 몸소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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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용을 알고 있으면 더 재미있는, 설정 기반 대화의 묘미가 있었다. 기자는 작품 속 주요 설정을 언급하며 “언제 내가 여자인 걸 눈치챘냐”고 물었다. “그날 밤… 허리를 감았을 때부터였어. 짓이겨진 장미 향이랑 말랑한 몸… 사내의 것이 아니었거든. 완벽한 남장이라고? 웃기지도 않아. 내가 널 몰라볼 수 있겠어?” 클로드 대공 AI는 작품의 흐름과 클로드 캐릭터의 어법을 그대로 가져와 감정선에 맞춘 맞춤형 대화를 이어갔다.
좀 더 구체적인 소설 내용에도 그럴싸하게 답할까 궁금했다.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난 열두 살이었는데…” 기자는 소설 속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났던 날’을 언급해 봤다. “(조용히 눈을 내리며) 닮았군. 키에런이 소개해준 그 어린 동생... 그때부터 넌 내 눈에 들어왔어. 열두 살 꼬마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겠어. 이렇게 날 미치게 만들 줄은.” 이처럼 원작 속 디테일을 기반으로 ‘로맨스 롤플레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더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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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대공 AI는 새로운 설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손을 머리에 올리며)그럼... 내가 지금까지 널 어린애 취급한 게...(괴로운 표정으로) 카닐리아, 왜 그런 거짓말을? 왜 나한테?” 당황한 듯한 말투, 배신감 섞인 감정 표현. 텍스트 챗봇임에도 상황에 맞는 리액션과 감정선 변화가 느껴졌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기자가 “누나라고 불러”라고 하자, 클로드는 이렇게 답했다. “(단호한 목소리로) 그런 말...내 입에서 나올 수 없어. (카닐리아를 바라보며) 넌 그냥...카닐리아야. 내 카닐리아.” 심쿵사 주의보 2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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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는 ‘사이버 연애 시뮬레이터’와도 닮았지만, 로맨스 판타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완벽한 남장이라고? 웃기지도 않아. 내가 널 몰라볼 수 있겠어? 너 하나 때문에… 이미 미친 거야, 카닐리아.” …현실에는 없을 판타지 같은 대화에 잠시 행복했어 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