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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다림 속 여운이 한국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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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I 2013.03.13 08:15:30

백현순 한국춤협회 회장
"한국춤은 민족의 혼…계속 이어져야"
종묘제래악·아리랑·남사당놀이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춤으로
한국무용제전 13일 아르코예술극장서 개막

올해로 27회째 한국무용제전을 여는 백현순 한국춤협회장은 “한류 바람이 불수록 전통문화를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는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한국무용제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나라와 가문의 몰락으로 북간도로 쫓겨 간 서희. 그가 피맺힌 그리움을 담아 아리랑을 부른다. 박경리 소설 ‘토지’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아리랑과의 만남. 세계 속의 한국문화유산이 무대 위에서 꽃핀다. 1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한국무용제전’을 통해서다.

국내서 유일한 한국 창작 춤축제가 돌아온다. ‘세계 속의 한국 문화유산을 춤추다’가 주제다. 종묘제례악부터 남사당놀이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무형문화재를 최정임 정동극장장 등 9명의 안무가가 재창작한다. 위기인 한국무용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뭉쳤다. 그 중심에 백현순 한국춤협회장(53·한국체육대 생활무용학과 교수)이 있다. 독도가 한국땅임을 천명하며 2005년 현지에서 춤을 췄던 전통 수호자가 바로 백 회장이다. “정부지원이 없어 일부는 사비로 무대를 준비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켜낼 수가 없다.” 백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한국무용제전 준비로 바빠 입술까지 부르튼 그를 만나 한국무용의 고민과 미래를 들었다.

-한국무용제전이 27회를 맞았다. 취지는

▲ 우리 춤을 발전시키고 춤을 통해 민족의 정서와 자긍심을 찾고자 한 것이다. 우리는 차츰 우리 것을 잃어가고 있다.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한국은 모든 것이 서구화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가치 있는 전통문화를 지켜야 한다. 특히 한국춤은 우리 민족의 혼을 담고 있는 영혼의 몸짓이다. 영원히 이어져야 한다. 세계 속 한국문화유산을 한국인에게 알리고 이러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한국 창작 춤으로 구성해 한국춤의 뿌리를 이어가게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한국무용은 아직 낯설다

▲사회적 편견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무용은 뿌리가 굿인데 이를 낮게 보는 시선이 적잖다. 민속신앙에 대한 터부다. 종묘제례악은 유교, 영산재는 불교 제사문화를 노래·춤으로 승화한 문화유산인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편견 때문에 한국무용은 교육에서도 멀어졌다. 교양을 쌓기 위해 아이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부모는 많지만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부모는 찾기 어렵다. 꿈을 키워주기 위해 서양무용은 적합하다고 여기고 한국무용은 한의 정서라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13일부터 20일까지 한국무용제전에서 선뵐 최정임의 ‘동백꽃 아리랑’과 국립국악원의 ‘강강술래’,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종묘제례악’(왼쪽부터 시계방향·사진=한국춤협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 부족 아닌가

▲인정한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무용은 장밋빛이었다. 창작무용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무용은 10년 정도 정체됐다. 창작에 대한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클래식은 물론 판소리도 해설이 있는 공연을 한다.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이런 시도도 해보려 한다.

-한국춤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한국춤은 호흡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하지만 경치를 본다고 생각해보라. 빠른 차 안에서는 제대로 풍광을 느낄 수 없다. 우리 장단과 춤사위의 느린 호흡 속에 관객은 더욱 몰입한다. 기다리며 여운을 맛보는 것. 그게 바로 한국춤의 매력이다.

-한국춤 육성을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전통문화 교육 확대가 절실하다. 왈츠는 알면서 민요와 한국춤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학교수업에서 무용을 가르칠 때 한국무용·음악 50%, 외국무용·음악 50% 식으로 편성해 접할 기회를 어려서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 구청 등 지역문화회관 등에 정부지원 한국무용 교양강좌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노령화 시대다. 노인들을 위해 한국무용 강좌를 늘린다면 보건복지와 문화복지 양 측면에서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이 한국춤을 배우며 건강과 문화적 향수를 동시에 느끼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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