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를 지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에 관한 행정명령을 통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그 결과를 4월 1일까지 제출할 것을 USTR에 지시했다. 행정명령은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를 언급했지만 한국은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도 대미 주요 무역흑자 국가라는 점에서 언제든 한미 FTA를 문제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미국에 들여보내는가 하면 중국이 수출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 경로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중국에 관세 10%를 추가로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USMCA 등 기존 무역협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도 보였다. 트럼프의 이런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질주가 향후 한국을 향할 경우 충격은 매우 클 게 분명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경제외적 이슈와 엮어가며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미 FTA는 2012년 발효 이후 한미 경제동맹을 상징하며 양국 간 무역과 경제협력 증진을 뒷받침했다. 미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개정을 요구하면서 파기까지 거론해 크게 흔들렸지만 이듬해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한국이 자동차 분야 양보와 농업 분야 방어로 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강경한 무역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는 지혜롭게 대응해 국익을 지켜내야 한다. USTR의 무역협정 재검토 과정에 우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USTR이 ‘상호적·공통적으로 유리한 양보’에 초점을 두고 재검토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적절한 양보 요구안도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지만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된 어떤 미국발 변수에도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