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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며, 순간을 온전히 음미하는 예술이다. 차를 우리는 과정 속에는 보이지 않는 가르침도 담겨 있다. 숙우에 담긴 물이 다관을 데우고, 다시 찻잔을 예열하는 과정 속 동작 하나하나에는 세심함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숙우에서 다관으로, 다관에서 찻잔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마치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전혀 급할 필요 없이, 하나하나의 순간이 연결돼 결국 완성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급하게 마시려 하지 않고, 한 단계씩 차근히 준비하며 과정을 존중하는 것. 이는 곧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을 대하는 방식과도 닮았다.
한 잔의 차를 내기까지 시간이 길수록 더 깊이 본질에 가까워지고,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면서는 내면을 살피는 묵상의 순간도 경험하게 된다. 물이 찻잎을 감싸며 점차 색과 향을 머금듯, 우리도 그렇게 천천히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조화롭게 스며들어야 하지 않을까. 간혹 결과만을 생각하며 달려가지만, 다도가 가르쳐주는 것은 과정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찻잔을 들고 한 모금을 머금자 입안 가득 차향이 퍼진다. 향과 맛이 천천히 퍼지는 동안 온전히 현재에 집중한다. 차 한 모금의 깊이는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다. 자연스레 ‘당신은 현재를 충분히 음미하며 살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빠르게 결과를 내기보다, 기다리는 법을 익히고,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도가 전하는 삶의 지혜다.
여행이란 낯선 장소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다도라는 예를 통해서도 여행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찻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차분히 흐르는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차를 우리는 순간순간이 곧 여행이고 깨달음의 과정인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가끔은 찻잔을 손에 들고 멈춰 서 보자. 차가 따뜻하게 스며들 듯, 느림 속에서 삶이 진정한 여유로 다가올지도 모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