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22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BSI 전망치는 87.0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100)을 2년 11개월 연속 밑돈 수치다. 거의 3년째 부진이 이어지는 것은 지난 1975년 1월 조사 이래 역대 가장 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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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수침체 장기화로 제조업보다 비제조업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제조업 BSI(93.0)는 지난해 4월(98.4)부터 11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으나 전월(84.2) 대비 8.8포인트 반등한 반면, 비제조업 BSI(81.4)는 지난달(84.9)에 비해 더욱 악화하면서 2020년 7월(72.4) 이후 4년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에서는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26.3)와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105.3)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반면 기준선 100에 걸친 의약품(100.0),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0.0)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100.0)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특히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철강이 포함된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은 9개월 연속, 석유정제 및 화학업종은 6개월 연속 지수값 100을 하회했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은 정보통신(56.3), 건설(76.2)을 비롯한 전 업종의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비제조업의 모든 세부 업종이 부진한 것은 2020년 7월 이후 4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2월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86.2)는 지난 2020년 8월(82.7) 이후 4년 6개월 만에, 투자(87.9)는 지난 2020년 9월(84.6)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가장 악화한 수준이다.
반면 수출(97.5)은 전월(90.2) 대비 7.3포인트 상승하면서 100에 근접했다. 한경협은 연초에도 수출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업종에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수가 좀처럼 회복이 어려운 만큼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환율과 유가 상승,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심리가 매우 악화하고 있다”며 “소비·투자 촉진을 위한 무쟁점 민생·기업 지원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고, 상법 개정안 등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입법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