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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 ‘인더스토리’(INDUSTORY)
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정치·문화·기술·경제 등 복합적인 시선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철’(鐵)과 ‘사’(沙·모래)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약’(藥), ‘의’(醫) 등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다룬다.
☆ 임규태 공학자·교육자·기업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센터 국제협력 수석고문. 국제 통신표준화 의장. 빅데이터·소프트웨어·게임·블록체인·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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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정윤철 PD, 정리=김무연 기자] 의학은 순환의 역사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출발한 의학은 고대 로마와 중세 페르시아를 거쳐 다시 르네상스 시대 로마로 돌아와 현대 의학으로 발전했다. 또 의학의 발전은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2000년을 이어온 거장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을 부정하면서 현대 의학이 싹틀 수 있었다.
현대 의학은 병리학과 면역학이란 두 축으로 완성됐다. 다만 현대 의학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위기를 맞았다. 임규태 박사는 현대 의학이 직면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선 다시금 출발점,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현에 반기, 현대 의학의 밑바탕 되다
서양 의술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악령 때문에 병이 깃든다는 당시의 관점과는 달리 기술적인 부분으로 질병에 접근했다. 인간이 점액, 혈액, 흑담즙, 황담즙으로 구성됐다는 4체액설을 바탕으로 이 액체들의 불균형이 병을 불러온다고 짚은 것.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은 향후 2000년 간 유럽의 의학적 사고를 지배한다.
히포크라테스 사후 약 500년 뒤에 나타난 로마제국의 갈레노스는 ‘해부학’에 관심을 보였다.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시체 해부를 할 수 없었던 갈레노스는 콜로세움 검투사들을 치료하거나 사체를 살피고 가축을 해부하는 방식으로 인체의 내부를 유추했다. 4체액설과 해부학을 결합한 그의 이론은 고대 의학의 체계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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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도래한 흑사병은 신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의학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다.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가 활발해지면서 의학 수준도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이론이 부정되며 의학은 혁명적 변화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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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박사는 베살리우스가 진행한 해부학이야말로 르네상스 시대 인본주의를 대표한다고 짚었다. 그는 “르네상스 당시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주인으로서 대접받았고 이에 따라 사체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도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실제로 베살리우스가 몸담은 파두아 대학은 극장 한가운데에서 시신을 해부해 관람석의 학생들에게 해부의 과정을 보여주는 등 진일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학의 두 축, 병리학과 면역학의 정립
모르가니가 모든 병은 장기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한 뒤 후세 학자들은 이를 기초로 이론을 확장해 나갔다. 프랑스의 사비에르 비샤는 모르가니의 이론을 확장해 모든 병은 조직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루돌프 피르호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모든 병은 세포에서 발생한다는 세포학 이론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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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통계학과 만나 병의 감염 경로도 새롭게 규정했다. 1854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의사 존 스노우는 지도에 환자가 발생한 위치와 발생자 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콜레라 환자들이 대부분 식수원 펌프 근처에 거주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병의 전파 경로가 냄새가 아니라 물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스노우의 발견은 집단 감염 대응에 필요한 ‘예방의학’의 원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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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메치니코프는 신체 내부에서 세균에 저항하는 백혈구와 면역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자연 면역의 개념을 정립했다. 이로써 인류는 질병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진단과 처방, 면역력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확보한다.
◇ 너는 누구냐? 바이러스의 등장
하지만 병리학과 면역학 모두 세균을 통해서만 질병이 감염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 맹점이 드러나게 된 건 모순적으로 세균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파스퇴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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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도 챔버랜드 필터를 이용해 담뱃잎에서 발생하는 병을 연구했다. 문제는 챔버랜드 필터에 보관했던 대조군에서도 병이 발생했단 점이다. 이바노프스키는 실험을 지속해 1892년 세균보다 작으면서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있다는 점을 공표했다.
네덜란드의 미생물학자 마티너스 바이어링크 또한 이바놉스키와 비슷한 실험을 통해 극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했다. 그는 이 미생물을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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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박사는 “인류는 거듭된 의학 발달 끝에 병의 원인이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았고, 병에 걸렸을 때 진단과 처방을 하는 임상의학과 사전에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공공의료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의료 시스템은 이 토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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