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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상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1990대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 체질이 크게 개선됐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개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펀더멘털로의 회귀’다. 다시 말해서 기존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부실기업의 정리, 기업경영의 투명성 및 책임성 제고, 경쟁압력을 통한 시장규율을 강화해 건전하고 역동적인 펀더멘털을 갖춘 산업생태계를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우리 경제는 적어도 10여 년간의 견실한 재도약을 경험하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의 펀더멘털은 기본적으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정책의 기획, 실행, 성과 도출을 위한 대화와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이 펀더멘털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권력구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예를 들면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의 개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에 추가해 거의 모든 결정을 독점할 정도의 다수 일당에 의한 입법권의 남용 또한 견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치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명확한 국가관과 애국심,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토론 능력, 사고의 유연성, 도덕적 흠결이 없는 점 등이 필수적인 소양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는 우리 사회의 존속과 발전을 견인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다. 따라서 정치 펀더멘털의 복원은 경제 역동성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조업의 많은 분야가 이미 중국 등에 추월당한 상황이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산업에서는 아직 추격자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개인과 기업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때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고 정치는 이를 위한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우리 정치는 경제역동성의 제고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의원입법 제도를 통한 규제의 빈도와 강도가 강화되고 있고 최근 논란이 된 북당진-신탕정 간의 40km 송전선이 21년 걸려서 완공된 사례에서와 같이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이 제도개혁을 통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갈등 조정에 대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때 그리고 기업들도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품의 개발과 판매에 매진할 때 정치-경제의 두 개 바퀴가 우리 공동체의 재도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강하고 자랑스러운 공동체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의 펀더멘털을 함께 재복원하는 것이 시급하고 필수적인 과제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