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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종이 주권을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시장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다. 증권사 후선업무(back office)는 거래 처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주권이 분실되는가 하면 결제 실패가 쌓였다. 급기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증권사들이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1968년 한동안 수요일마다 거래소 문을 닫기까지 했다.
이 위기는 이후 중앙집중식 증권예탁기관 도입과 예탁신탁회사(DTC) 설립을 포함해 미국의 거래후처리(post-trade)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들라누는 “토큰 자체가 주식인 것은 아니지만, 주식은 토큰이 될 수 있다”며 “주식 자체가 토큰이 된다면 그 토큰에는 기존 시스템에서 주식이 갖고 있던 것과 동일한 안전장치와 보증, 신뢰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토큰화 주식 상품은 기초주식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해당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익스포저만 제공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중개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발행사나 SPV가 파산할 경우 의결권과 배당,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누가 갖는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은행과 자산운용사, 가상자산 기업들이 주식·채권·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옮기는 실험에 나서면서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토큰화 주식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보다 쉽게, 24시간 거래하려는 수요에 힘입어 가장 활발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글로벌 토큰화 주식시장은 1분기 말 5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현재 약 2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100조달러가 넘는 전통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페어민트는 증권의 발행과 관리, 기록을 위한 온체인 인프라를 제공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명의개서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블록체인을 공식적인 주주명부로 사용한다. 불리시(Bullish)도 지난 5월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이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명의개서대리인 에퀴니티(Equiniti)를 4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들라누 CEO는 특히 미국 이외 지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실제로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의 일부를 실제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수요를 과소평가했다”며 “특히 아시아나 유럽의 투자자라면 누구나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어 하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에 대한 수요는 더욱 크다”고 말했다. ‘매그니피센트 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7개 대형 기술주를 말한다. xStocks와 로빈후드(Robinhood), 디나리(Dinari) 등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토큰화 주식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들라누 CEO는 유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핵심은 투자자가 토큰을 샀을 때 실제로 무엇을 소유하게 되느냐는 것이다. 토큰은 기초주식에 대한 경제적 익스포저를 제공하면서도 토큰 보유자를 해당 기업의 공식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SPV나 중개기관을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투자자와 실제 기초기업 사이에 여러 단계의 중간 구조가 들어갈 수도 있다.
페어민트는 이와 달리 주주명부 자체를 온체인에 기록한다. 페어민트는 2019년 이후 16억달러가 넘는 주식을 네이티브 온체인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들라누 CEO는 “미러(mirror)는 없다”며 “모든 것이 기록되는 곳은 원장 그 자체이며, 우리의 권한은 명의개서대리인이라는 지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들라누 CEO는 디지털자산 업계가 그동안 자산의 유통과 빠른 이전에 지나치게 집중한 반면 기록 관리와 행정, 규제 준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유통 시스템을 만들고 자산을 매우 빠르게 이동시킬 방법을 찾아내지만, 행정이나 기록 관리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바로 그 부분이 지루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PV가 여러 층으로 겹쳐질 경우 누가 실제로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도 복잡해질 수 있다. 들라누 CEO는 기업공개(IPO) 이전에 투자자가 10단계로 구성된 SPV 구조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페어민트 시스템에서는 ‘워터폴(waterfall)이 발생하는 순간’ 해당 투자자가 정확히 무엇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대부분 SPV 구조에서는 이를 제대로 추적할 방법이 없다. 분배 워터폴은 SPV에서 발생한 수익이나 자금을 투자자와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배분할지를 정하는 구조를 말한다.
들라누 CEO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거래소, 인프라 사업자들이 각각 독자적인 표준을 운영하는 폐쇄형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어민트는 거래 시스템과 발행사, 브로커딜러, 명의개서대리인 등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체 온체인 증권 표준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들라누 CEO는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파편화가 소규모 사업자들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의 기회가 과거 월스트리트가 페이퍼 위기를 겪은 뒤 맞았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서로 경쟁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의 해결책이 중앙집중화였다면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들라누 CEO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분산형 금융시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시장의 파편화 자체가 또 다른 위기로 발전하기 전에 업계가 공통된 표준에 합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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