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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신 불신 확인시켜 준 숙명여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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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18.11.14 06:00:00
서울 숙명여고 사태로 성적 지상주의에 골병든 우리 교육계의 비뚤어진 단면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내신 위주 대입제도의 허점이 노출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찰은 그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와 정답을 5차례 유출했다며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경찰도 직접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황증거가 적지 않은데다 특히 암기장과 접착식 메모지에 적혀 있는 정답으로 미뤄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교 당국은 아버지를 파면하고 자매에 대해서는 성적을 0점 처리해 퇴학시킬 것이라 한다. 아버지에 대한 법적 조치는 당연하다고 해도 미성년 딸들에겐 가혹한 처사라는 동정론도 없지 않지만 이들의 성적이 다른 학생들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근본 문제는 현행 대입제도에 있다. 이들 쌍둥이 자매와 같은 고교 2학년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은 전국 4년제 정원의 77.3%가 학생부교과전형 및 종합전형의 비중이 큰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수험생들은 교과전형은 물론 종합전형에도 일정 수준 반영되는 내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하지만 이처럼 내신이 불신 받으면서 입시가 공정하다는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그동안에도 시험답안 유출, 종합전형 조작, 수행평가배점기준 무시 등 내신 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양심을 저버린 일부 교사에 국한된 경우지만 내신 평가를 교사에게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거나 학부모가 교사를 매수하는 등 관련 당사자들이 너나없이 도덕 불감증에 빠진 터에 내신위주 대입은 언감생심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내놓는 처방은 미봉책 일색이다. 교내에 CCTV를 설치해 시험지 보안을 강화하며 교사·자녀 상피제를 도입한다는 정도다. 그보다는 ‘깜깜이’ 학종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점수가 확인되는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내신이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다른 방도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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