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 쿠팡의 ‘최저가 매칭’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을 심의하던 한 위원이 쿠팡 측 대리인에게 한 말이다. 혁신의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가격 경쟁에 드는 비용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5년이 흐른 올해 2월, 공정위는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다시 제재했다. 경쟁 온라인몰보다 싸게 팔면서 줄어든 이익을 납품업체가 광고비로 메우도록 하거나, 자체 목표 이익률을 채우기 위해 납품가격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행위다.
사건마다 수단은 달랐지만 쿠팡의 가격·수익성 정책에 따른 부담을 납품업체에 지우는 구조는 비슷하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이를 “재고와 손실 위험을 납품업자에 상시 전가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저가로 줄어든 이익, 광고비·납품가로 메웠다
1일 이데일리가 인공지능(AI) 기반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최근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와 속기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쿠팡 관련 의결서는 모두 1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납품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맞춤형 쿠폰 비용 전가’ 의혹을 둘러싼 현장 조사 거부 사태까지 더 하면 10년간 세 차례에 걸쳐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다. 일각에서 납품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거래 관행이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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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공정위가 제재한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에서도 유사한 비용 전가 구조가 드러났다. 쿠팡은 목표 이익률에 미달하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발주 축소나 중단을 암시하며 납품업체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비 등 추가 비용도 요구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마진 손실을 납품업체에 전가했지만, 납품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봤다.
지난 8월 공정위 현장조사 거부 사태를 촉발한 ‘맞춤형 쿠폰 비용 전가’ 의혹 역시 할인에 드는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쿠팡이 반복적인 법 위반에 따라 과징금이 가중될 가능성을 의식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는 최근 3년간의 법 위반 전력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최대 50%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최근 5년으로 확대하고, 한 차례의 위반 전력만으로도 최대 50%, 누적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실제 가중 여부는 종전 처분과 위반 시기 등 구체적인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서·특약에도 불공정…계열사 거래까지 점검해야
쿠팡의 기업 규모(2016년 16억 7500만달러→2025년 345억 3400만달러)가 지난 10년 사이 20.6배 가량 커지면서 불공정거래 문제는 본사를 넘어 계열사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4년 2월에는 자체브랜드(PB) 자회사 씨피엘비(CPLB)와 쿠팡이 허위 단가를 기재한 하도급 발주서 3만1405건을 발급한 사실이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관련 발주금액만 약 1134억원에 달했다.
올해 5월에는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550개 수급사업자에 대한 계약서 1047건을 늦게 발급하고, 행정처분 비용 등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부당특약을 설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핵심은 쿠팡이 최저가 경쟁과 수익성 확보에 따른 부담을 납품업체에 반복적으로 떠넘겼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법 위반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 준법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팡은 한국식 영업 방식과 미국식 지배구조가 결합된 독특한 기업으로, 반복적인 법 위반도 이러한 기업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 보인다”며 “반복적인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도적 규제 강화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 실효성 있는 내부 준법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