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성기능 개선식품 임상시험 발표과정에서 벤트리측의 주가조작 저의가 있었다는 김제종 교수의 주장은 다시 한번 논란의 불씨를 촉발시켰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벤트리측이 고려대 병원의 지명도를 이용해 제품을 선전하고, 주가를 올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며 바꿔치기 의혹 등의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벤트리측은 이에 대해 비아그라 제작사인 화이저사와 김 교수와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임상결과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마저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맞서고 있어 향후 업계 및 소비자들의 평가와 이에 따른 양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임상시험 물질 바꿔치기 논란
임상물질 바꿔치기 논란은 17일 그동안 벤트리 측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이정구 교수까지 "임상물질이 바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급속히 확대됐다.
이 교수는 18일 "실제 임상에 사용한 물질이 VNP001이었으나 이후 결과 발표에서는 VNP54로 바뀐 문제에 대해 벤트리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회사측에서 연구책임자를 속이고 고의적으로 그러한 시도를 하였다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교수의 문제 제기로 인해 자신이 주도한 임상시험이 결과 자체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부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임상결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논란을 바라보던 투자자들은 "학자의 양심를 걸고"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 교수의 전반적인 발표문 요지보다는 "일부 의혹은 있다"는 이 교수의 언급에 더 무게를 실었다. 결국 이날 오후까지 상한가 주변을 넘나들던 주가는 장마감 무렵 이교수의 발표문이 나오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한편 임상시험 물질을 바꿔치기 했다고 맨 처음 폭로한 김제종 교수는 "이번에 실시한 임상시험 제목은 `남성 성기능장애 환자에서 올카바스 복용을 통한 성기능개선 효과에 대한 평가`로 임상시험에 투입된 물질도 VNP001, 즉 올카바스의 주성분인데 벤트리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제품은 이상하게도 VNP54가 주성분인 섹소스라는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임상에 투여한 식품과 임상결과라고 발표한 식품이 서로 다른 것은 의도적인 바꿔치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
벤트리는 VNP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으로 올카바스, 섹소스, 피돌기를 출시했고 각각 신경통, 성기능, 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올카바스는 120캡슐에 12만원, 섹소스는 180캡슐에 24만원으로 섹소스가 50% 더 비싸다.
김 교수는 이 사실을 들어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하더라도 올카바스를 먹으면 될 일을 임상결과를 바꿈으로써 비싸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섹소스를 사먹게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문제에 대해 벤트리 측은 "VNP001과 VNP54는 하나는 간장약, 하나는 위장약처럼 별개의 물질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물질로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PTC라는 성분의 함유비율에 따라 구별될 뿐"이라며 "대량생산을 할 경우 PPC성분이 일정하게 함유되도록 생산공정을 조절한 것이 VNP54"라고 해명했다.
벤트리 측은 "올초에 VNP001에 함유된 PPC성분이 성기능 개선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발견하고 곧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시험을 시작할 당시인 지난 3월에는 VNP54(섹소스)라는 별도의 이름은 붙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VNP001(올카바스)로 임상을 진행했지만 임상에 사용한 제품과 후에 섹소스라는 이름을 붙인 VNP54는 결국 동일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두부를 잘게 갈아 먹으면 소화장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두부를 갈아 실험을 한 후 이 물질을 나중에 따로 손두부라고 부르고, 갈기 전의 제품은 그냥 두부라고 한다고 해서 두부로 실험하고 손두부로 바꿔치기 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그 손두부를 보통 두부보다 다소 비싸게 판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 벤트리측의 주장이다.
◆위약효과 논란과 대기업 음모론
김 교수가 두 번째 반박문에서 제기한 또 하나의 의혹은 이른바 "위약효과" 다. 환자에게 두통약이라고 속이고 밀가루 덩어리를 먹여도 심리효과에 의해 두통이 나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VNP54가 아닌 다른 물질을 성기능 강화제라고 알려주고 실험하더라고 위약효과에 의해 비슷한 성기능 개선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VNP54가 성기능 개선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려면 이런 실험을 병행해서 위약을 투여할 경우는 성기능 개선효과가 없거나 적다는 결과를 함께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주장으로 임상시험 후반부에 이런 위약시험을 했으나 그 결과를 삭제한 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주장에 대해 "약품이 아닌 식품류 평가에서 위약군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견에 따라 위약 시험을 병행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그러나 김 교수의 주장으로 위약 실험을 뒤늦게 시작했으나 위약군 실험대상이 4명에 그쳐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4명의 실험 결과는 김 교수의 주장대로 위약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를 인정할 경우 VNP54의 성기능 개선효과는 심리효과에 의한 착각이라고 결론지어질 상황이었던 것. 그러나 이 교수는 "위약실험을 했지만 4명의 결과만 갖고는 3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를 뒤집을 수 없었다"고 위약실험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한편 벤트리 측은 최근의 논란에 대해 "김제종 교수가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김 교수가 비아그라를 제조하는 화이저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김교수가 위약시험 결과를 조작하는 등 이번 임상시험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한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벤트리 제품이 비아그라를 위협하자 처음부터 싹을 자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벤트리 측은 임상결과에 의혹이 있다면 비아그라나 다른 제품을 놓고 공개 임상을 진행해도 좋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화이저 측은 "벤트리의 수많은 유사제품 속에서 자신들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아그라의 인지도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아그라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인데 반해 VNP54는 기능성 식품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직접 비교를 거부하는 논리 중 하나다.
다시 김 교수와 벤트리의 주장으로 돌아와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김 교수는 벤트리가 "아무것도 아닌" 물질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어 양심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고 벤트리는 화이저사와 김 교수가 벤트리의 "엄청난 신물질"에 불안감을 느껴 의도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극단을 달리는 VNP에 대한 평가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효과를 느끼고 재구매하느냐가 이 논란의 방향을 결정할 단서가 될 것이며 이는 벤트리가 매출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