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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최상목이 '경제 대통령' 꿈꾼다는 민주당

김정민 기자I 2025.01.20 08:00:00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없는 게 있다. ‘야심’(野心)이다. ‘사심’(私心)도 없다. 재물욕이 있었다면 수십억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CEO 자리를 탐했을 것이고, 명예욕이 있었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의전을 챙기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겼을 게다.

최 권한대행은 ‘욕심’(欲心)은 많다.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직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심,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후학들을 가르치며 제2, 제3의 최상목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에 대해 호의적인 여론이 커지자 이재명 당대표 대권가도에 걸림돌로 부상할까 걱정하는 모양이다.

최상목 때리기에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입으로는 경제, 안정 노래를 부르면서 가장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이 최상목이다. 정치에 개입해서 아무거나 거부권을 행사한다”라고 했다.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민주당에 협조적이지 않은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인지,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구인지는 모르겠다.

기재부 OB들이 최 권한대행을 구심점 삼아 뭉쳐 정치세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는 모양이다. 기우(杞憂)도 이런 기우가 없다. 국민의힘에는 최 권한대행은 명함도 못 내밀 선배가 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3선 관록의 정치인이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다.

정치적 기반에,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추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합리적인 선택이다. 국민의힘에는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송언석(경북 김천), 기재부를 거쳐 해양수산부 차관,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박성훈(부산 북구을), 기재부 산하 조달청장을 역임했던 이종옥(창원시 진해구) 의원 등 쟁쟁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함께 포진해 있다.

민주당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버티고 있다. 행정고시 선배(김동연 26회, 최상목 29회) 일뿐 아니라 경륜, 대중적 인지도 등 최 권한대행이 견줄만한 ‘체급’이 아니다.

정치적 기반이라곤 ‘1’도 없는 최 권한대행을 왜 구심점으로 삼는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최 권한대행의 인기는 거품이다.(최 권한대행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지도가 인기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경제와 민생회복에 전념하는 모습이 정쟁으로 지새우는 정치권과 대비돼 얻은 인기다.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순간, 그동안의 진정성은 모두 날아가고 피땀 흘린 노력과 고충은 야심과 사심을 채우기 위한 행보로 낙인 찍힐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최 권한대행이 마음껏 ‘욕심’을 채우고 공직을 떠날 수 있게 도왔으면 한다.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욕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싶다는 욕심, 성공한 경제관료로 물러나고 싶다는 욕심이다.

아니 돕지 않아도 된다.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각자 할 일을 하면 된다. 정치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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