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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역습, 도전과 응전[이기일의 100세 시대]

이데일리 기자I 2025.01.24 05:01:00

복지 선진국 먼저 닥친 문제, 이념 떠나 미래세대 걱정
日 2004년 연금개혁 통해 100년 지속가능성 확보
佛 국민적 연금개혁 반대 진통에도 새 총리 또 개혁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 소득대체율은 선진국 사례를 고려해 70%로 정했고 보험료율은 3%에서 시작해 15%까지 올리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는 예상했지만 저출생이 그렇게 급격히 심화할 줄은 몰랐다. 오히려 1996년 가족계획사업을 중단하면서 출산율이 올라갈까 걱정했었다.”

국민연금 설계에 큰 역할을 했고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한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은 국민연금 설계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예측과 정반대로 흐르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연금개혁을 비롯한 각종 고령화 관련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떠난 2021년 일본 출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은 고령화율이 20%였던 2004년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이뤘다. 보험료는 13.934%에서 매년 0.354%씩 올려 2017년 18.3%에 이르도록 했다.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매크로슬라이드(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 개혁으로 일본의 연금제도는 100년 후에도 1년치 연금을 줄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났다. 당시 개혁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후생성 관료들의 치밀한 제도설계와 투명한 정보공개, 개혁안을 4개월 만에 통과시킬 정도로 우수했던 고이즈미 총리 등 정치인들의 리더십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대표 복지국가인 스웨덴, 우리보다 100년 먼저 연금을 일군 독일, 최근 연금개혁으로 고통 받는 프랑스까지 모두 이미 20년 이전부터 연금개혁을 시도했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개혁을 이룬 것이다.

스웨덴은 1991년 의회에 입성한 5개 정당이 “연금개혁은 이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음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임이라는 당위성에 따라 개혁을 추진했다. 1998년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0%에서 18.5%로 올리고 급여방식을 낸 돈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급여방식(DB)에서 자기가 낸 돈에서 이자율을 더한 연금액을 받는 확정기여방식(DC)으로 바꿨다. 또한 연간 연금액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을 때는 연금액이 자동으로 감액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사회보험 종주국인 독일은 아데나워와 슈뢰더 정부에 의해 1957년, 2001년, 2004년 큰 개혁을 이뤘다. 1957년에는 연금기금이 소진됨에 따라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하고 연방정부에서 보조금을 투입했다. 또 2001, 2004년에는 보험료율을 22%로 억제하는 보험료 상한선과 소득대체율을 43%로 하한선을 제시하고 연금수령자와 보험료 납부자 수에 따라 연금의 현재가치를 조정하는 지속성 계수를 도입했다. 수급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인상하는 안도 마련했다. 슈뢰더 정부의 연금개혁 등 비전 2010으로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성장 엔진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보험료율 27.8%와 소득대체율 57.6%를 받는 나라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고령화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자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정년과 수급연령을 동시에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한 가입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올리는 안이었다. 이후 연금개혁을 위한 긴급법률제정권을 발동했으나 국민 70%가 반대해 총파업 등 진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새로 임명된 총리가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에게 물려줄 짐이 너무 무겁다”며 다시 추진하고 있다.

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문명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면 발전과 번영을 이루지만 실패한 응전은 쇠퇴나 붕괴로 이어진다”고 했다. 선진국은 저출생·고령화라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확정급여방식(DB)에서 확정기여방식(DC)으로 전환하고 보험료율과 수급연령을 올렸으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등 응전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도를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의 저출생·고령화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어떻게 응전해야 할까. 올 상반기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앞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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