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여러 지자체들이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방문의 해’ 캠페인 경쟁에 돌입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경상북도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를 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강원도와 충청남도, 인천광역시는 내년까지 2년간 방문의 해 캠페인을 진행한다. 사천과 여주, 아산 등 10여 개 기초자치단체도 방문의 해 캠페인 경쟁에 가세했다. 광역·기초지자체를 통틀어 올해부터 방문의 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곳만 13곳에 달한다.
방문의 해 캠페인은 방문 수요를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 외에 지역사회에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숙박, 교통, 음식 등 지역 내 인프라와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캠페인이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다. 벌써부터 일부 지자체는 수억 원에 달하는 캠페인 예산을 홍보 마케팅에 배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외부 인사 초청 등 많은 예산을 선포식에 쏟아부어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지역 방문을 유도하고 만족도를 높여줄 인프라 개선, 매력적인 프로그램 개발 등과 같은 필수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할 일은 많지만 예산이 늘지 않아 그냥 기존 축제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 같다”면서 “홍보만 신경쓴다며 ‘지자체장 치적 쌓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아쉽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여러 도시들이 한꺼번에 캠페인 경쟁에 나서면서 집중도와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이 필수지만,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도 부족한 데다 검증된 결과를 선호하는 안전 지상주의 문화에 뻔한 계획과 결과물만 내놓고 있다.
한 지자체 관광과 담당자는 “도전적인 시도나 창의적인 접근보다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가 더 주목받는 분위기”라며 “이런 식으로 베끼기다 보니 지역만 다를 뿐 내용은 엇비슷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고 꼬집었다.
방문의 해 캠페인은 단기 효과와 성과에만 매달릴 경우 훗날 관광객 감소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캠페인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지역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확장성 확보는 필수”라며 “인구 분포와 이동 경로를 고려한 관광 연계로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의 해 캠페인을 인접 도시와 협력해 광역 관광상품을 만들고 여행 동선을 확장하는 상생의 기회로 삼으라는 얘기다.
방문의 해 캠페인이 제대로 작동돼 제 효과만 낸다면 지역관광은 다변화하고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다. 서울, 제주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된 한국 관광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해법도 될 수 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방문의 해’ 캠페인이 예산 효율화, 콘텐츠 차별화, 지역 간 협력, 지속 가능한 정책을 통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지역 관광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