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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품으로 가는 베네수, OPEC 탈퇴 검토…60여년 석유질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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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29 04: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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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창립국 베네수, 美와 밀착하며 탈퇴 저울질
UAE 이어 두번째 이탈 가능성…이라크도 쿼터 불만
美, 베네수 유전들 장기 접근권 협상…美기업 개발
OPEC 영향력 약화 땐 산유국 경쟁·유가 변동성↑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에서 탈퇴한 데 이어 이라크까지 생산량 제한에 불만을 드러낸 상황에서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마저 이탈할 경우 60년 넘게 세계 석유시장을 좌우해온 OPEC의 결속력과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 이베주레키 지역의 당고테 인더스트리 정유·비료 공장에서 가스 플레어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 이베주레키 지역의 당고테 인더스트리 정유·비료 공장에서 가스 플레어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특히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관계를 빠르게 강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지 유전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권을 확보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밀착이 OPEC의 약화와 맞물리면서 세계 석유시장의 무게중심이 OPEC에서 미국 등 비(非)OPEC 산유국으로 더욱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가 OPEC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와 함께 OPEC을 창설한 5개국 가운데 하나다.

UAE 나갔는데 베네수까지…흔들리는 OPEC

베네수엘라가 실제 OPEC을 탈퇴하더라도 당장 세계 원유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경제위기와 미국의 제재 등으로 석유산업이 오랜 기간 쇠퇴하면서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5만배럴에 그친다. OPEC의 감산 합의와 생산쿼터 적용에서도 면제돼 있다.

문제는 중장기 파급력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미국 석유기업들의 투자로 생산시설이 복구되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잠재력이 있다. 무엇보다 창립 회원국의 이탈은 OPEC의 결속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UAE는 지난 4월 생산능력 확대에도 OPEC의 생산량 제한 때문에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불만 속에 탈퇴를 발표했다. 이라크도 회원국별 생산능력 재평가 결과 더 높은 생산한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탈퇴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마저 UAE를 따라 탈퇴하면 두 나라의 OPEC 이탈로 빠지는 생산능력은 하루 500만배럴 이상이다. 올해 초 기준 핵심 OPEC 회원국 전체 생산능력의 약 17%다.

알리 알 리야미 전 오만 에너지부 석유·가스 마케팅 국장은 “OPEC의 결속력과 신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 더 광범위한 탈퇴 물결의 시작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오펙 로고 (사진=로이터)
오펙 로고 (사진=로이터)
美, 베네수엘라 17개 유전 장기 접근권 협상

베네수엘라의 OPEC 탈퇴 검토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강화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 일부에 장기간 접근할 수 있는 협정을 카라카스 정부와 협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특정 유전들에 대한 장기 접근권을 확보하고 미국 석유기업들이 이를 개발한 뒤 생산된 원유를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협상 대상에는 17개 유전이 포함됐다. 세계 최대 중질유 매장지역인 오리노코 벨트의 미개발 유전과 마라카이보 호수 주변의 기존 유전 등이 들어 있다. 이후 경매나 입찰을 통해 미국 기업들에 개발권을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 헌법은 석유산업의 핵심 활동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있어 실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위헌 논란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

OPEC 약화하면 유가 더 흔들릴 수도

베네수엘라의 움직임은 이미 진행 중인 세계 석유시장의 권력 이동을 상징한다. OPEC과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오펙플러스(OPEC+)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셰일업체와 브라질, 가이아나 등 비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로 시장 지배력이 약화해왔다. 이란 전쟁으로 걸프 산유국들의 생산이 제한된 사이 미국은 원유 수출을 확대했고 중국 역시 수요 측면에서 시장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

OPEC의 약화가 유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OPEC은 공급과잉이 발생할 때 회원국들의 생산량을 줄여 유가 급락을 막는 ‘글로벌 공급 조절자’ 역할을 해왔다. 결속력이 약해지면 회원국들이 감산 대신 고객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증산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당장은 이란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등의 생산이 상당 부분 제한돼 있지만 전쟁이 끝나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이 정상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공급이 완전히 회복될 경우 세계 석유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하고 2027년에는 상당한 수준의 원유가 남아돌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OPEC+가 감산을 통해 시장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회원국 이탈이 계속되면 부담은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에 더 집중된다. 사우디가 시장점유율을 희생하면서까지 유가 방어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OPEC 탈퇴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조절자’였던 OPEC의 힘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까지 자국 기업과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OPEC 회원국들의 이탈이 이어진다면 60년 넘게 이어져온 세계 석유시장의 질서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린든에 위치한 필립스66 베이웨이 정유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AFP)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린든에 위치한 필립스66 베이웨이 정유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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