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심의 발언을 분석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강요’라고 지적했지만, 쿠팡은 가격 경쟁을 위한 ‘협상’이라고 맞섰다.
1일 이데일리가 쿠팡의 납품업체 경영간섭 및 판촉비 전가 행위를 다룬 2021년 공정위 전원회의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 심사관은 ‘강요’라는 단어를 4차례 사용한 반면 쿠팡 측은 ‘협상’을 28차례 언급했다.
양측의 발언량 차이를 고려해 명사 1000개당 사용 빈도로 환산하면 공정위의 ‘강요’는 1.7회, 쿠팡의 ‘협상’은 5.4회다. 반면 공정위 심사관은 ‘협상’을, 쿠팡 측은 ‘강요’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단어 빈도만으로 행위의 위법성이나 발언 의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실제 발언과 함께 살펴보면 양측이 무엇을 쟁점으로 삼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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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판촉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 규정은 판촉비용 분담을 ‘강요’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체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는 정당한 거래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쿠팡 측은 납품업체와의 가격 조정이나 거래조건 변경을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협상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실제 속기록에서 ‘협상’은 28차례, ‘협의’는 9차례 등장했다.
쿠팡 측 대리인은 “상식 밖의 가격을 제시하는 상대방에 대해서 ‘협상’을 통해 적절한 경쟁 가격으로 공급을 요청하는 것은 유통업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했다. 공정위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강제성에 주목했다면, 쿠팡은 가격 경쟁을 위한 정당한 협상이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거래 상대방을 지칭하는 표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공정위 심사관은 거래 상대방을 ‘납품업자’로 46차례 불렀고 ‘제조업체’는 1차례뿐이었다. 쿠팡 측은 ‘제조업체’(26차례)를 ‘납품업자’(20차례)보다 많이 썼고, 상대방을 ‘독과점(20차례)’ 업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쿠팡 측 대리인은 “기존 독과점 제조업체의 신유통 길들이기”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들이 납품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다는 시각에 맞서, 기존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유통업체를 견제하고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비용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공정위가 납품업체의 ‘부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쿠팡은 ‘손실’과 ‘적자’를 각각 26차례, 20차례 언급했다. ‘혁신’도 13차례 등장했고, ‘스타트업’이라는 표현도 6차례 사용했다. 기존 유통업체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강조하며 자사의 거래 관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모습이다.
광고·판촉 참여의 자발성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이 쟁점이 나타났다. 쿠팡 측은 심의 과정에서 개선된 광고 패키지 운영방식을 설명하며 “파트너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관련 판촉행사가 납품업체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쿠팡의 이의신청에서도 이러한 판단은 유지됐다.
결국 같은 사건을 놓고 공정위는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쿠팡은 시장 경쟁과 혁신 과정에서 이뤄진 거래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거래 관행을 쿠팡은 협상과 사업모델의 특성으로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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