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정부와 기관·기업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공동선언 등 17건의 문서를 교환했다. 경제협정 추진을 위한 정부 간 협의채널을 만들고 항공우주와 금융, 공급망 등에서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가동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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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의 서면 인터뷰 기사 내용 중 FTA 재개에 관한 사항은 없다”며 “대통령은 한·멕시코 경제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무역과 투자, 산업 공급망 협력 등 포괄적 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 개방 중심의 FTA가 아니라 포괄적 협력을 위한 경제협정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 인터뷰에서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FTA 협상 재개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협력의 깊이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사회보장협정 체결과 투자보장제도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청와대가 FTA와의 차이를 강조한 것은 당장 상품 관세 철폐와 양허 범위를 놓고 공식 협상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멕시코 자동차·철강업계와 한국 농업계가 시장 개방에 민감한 상황에서 ‘FTA 협상 재개’를 앞세우면 초기부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 등의 시장 확대를 경계한다. 한국도 멕시코산 돼지고기와 쇠고기, 아보카도·포도·망고·감귤류 등의 관세가 낮아질 경우 국내 농가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급망과 투자·산업 협력부터 시작해 민감한 시장 개방 문제는 단계적으로 다루려는 접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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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장 개방 가능성이 주목되는 것은 양국이 교환할 문서에 ‘무역협정 체결 촉진’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와 멕시코 경제부는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고 국장급 공동위원회와 실무그룹을 운영하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FTA 협상 재개가 아니지만 공급망과 산업·자원 협력에서 출발해 향후 상품·서비스와 투자 분야까지 포괄하는 CEPA로 발전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만든 것이다.
CEPA는 상품 관세 철폐뿐 아니라 서비스와 투자, 산업·기술 협력을 폭넓게 다루는 경제협정이다. 실질적인 시장 개방 효과는 FTA와 유사하지만 산업협력과 경제관계 전반을 함께 다룬다는 점을 강조해 상대국의 정치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양국은 2006년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은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2007년 이를 높은 수준의 FTA로 격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주요 공산품과 정부조달시장 개방을 요구한 한국과 농산물 관세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한 멕시코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은 2008년 6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2012년과 2016년 정상 차원에서 협상 재개에 공감하고 2022년에도 재개를 추진했지만 정식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국장급 공동위원회 신설은 양국 산업당국이 구체적인 의제와 이견을 지속해서 조율할 실무체계를 갖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포괄적인 산업협력을 앞세워 CEPA 체결 여건을 먼저 조성하는 단계적 접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멕 관세 인상에도 당장 충격은 제한적
멕시코의 관세정책 변화도 경제협정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과 중국 등 무역협정 미체결국에서 수입하는 1400여개 품목에 5∼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철강, 가전,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도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한국 기업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한국 정부가 우려를 전달한 결과 자동차 부품 38개 품목이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고, 일부 자동차 부품의 관세율도 35%에서 25%로 낮아졌다. 철강 슬라브는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세탁기와 냉장고·전자레인지의 관세율도 당초안보다 하향 조정됐다.
현지 생산에 사용되는 수입 장비·부품에 0∼10%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PROSEC과 수출용 원자재·설비의 관세를 유예·면제하는 IMMEX도 유지됐다. 멕시코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당장의 부담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다만 멕시코의 국내 감면제도와 품목별 예외에 의존해야 하는 불확실성은 남는다.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감면 혜택을 받기 어려워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기업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과정에서 역외 부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정이 향후 시장 개방 협상으로 발전하면 한국산 부품과 제품의 관세 부담을 제도적으로 낮추고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500여개 한국 기업이 현지 생산기지를 북미와 중남미 시장의 거점으로 안정적으로 활용할 기반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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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시장 개방 논의에 앞서 산업협력부터 구체화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멕시코 항공우주산업협회는 FA-50과 무인항공기·위성 등의 운용·유지보수 기술을 협력하고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KAI 항공우주 제품의 멕시코 현지 생산 가능성도 검토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멕시코 대외무역개발은행은 1억달러 규모의 신규 전대금융 한도를 설정한다. 멕시코 현지 은행이 이를 재원으로 한국산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현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구매기업의 자금 부담을 낮춰 한국 제품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양국은 이 밖에도 2015년 이후 중단된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재개하고 AI와 우주, 농업기술, 지식재산, 세관, 치안, 반부패, 관광·문화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 하반기에는 멕시코시티에서 첫 한·멕시코 국제개발협력포럼을 열어 중남미·카리브 지역의 공동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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