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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익숙지 않은 일상에 대한 인내와 긍정의 자세다. 평소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좌식 문화인 선비 문화체험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서양인들에게는 힘듦 그 자체일 터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에 대해 어떠한 불평이나 항의도 없었다. 오히려 잠자리가 따뜻하고 식사가 최고라며 치켜세웠고, 수련 기간 내내 코로나 방역 수칙도 착실히 따랐다. 이런 긍정 마인드는 자신을 더 만족스럽게 하고 수련생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져 진행하는 수련 지도위원들도 더욱 정성을 다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수용의 자세다. 도산서원에 모셔진 퇴계선생 위패 앞에서 선비 유복을 입고 큰절과 읍(揖)을 익혀 행하는 ‘알묘례(謁廟禮)’는 한국사람 중에도 이를 종교적으로 해석하여 망설이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많이 우려했으나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알묘의 참된 의미는 ‘훌륭한 선현을 뵙고 자신도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인사’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사래를 치거나 겉치레 흉내만 내는 오늘의 많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교훈이 되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는, 존경스런 인물과 가치 있는 문화에 대해 보여준 배움의 자세이다. 퇴계종손(이근필옹, 89세)과 만남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평소라면 퇴계종택 실내에서 진행하지만 거리두기 방역의 일환으로 그날은 부득이 마당에 간이의자를 놓고 종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야기가 끝난 다음 연세가 높은 종손이 자신들을 위해 붓글씨를 쓰기 시작하니,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서인지 점점 종손 주위를 감싸듯 둘러쌌다. 종손과 사진을 찍으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추위는 저 멀리 물러나고 있는 듯하였다. 첫째 날 밤의 퇴계선생 명상길과 다음날 새벽의 퇴계시공원 산책에도 호기심과 진지한 동참의식을 느꼈다.
수련을 마무리하며 수련생 한 분은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공경하는 선비의 자세를 배우고 실천한다면 이 세상이 분명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것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 가장 대표적인 분이 퇴계선생이다. 그런데 이들은 단 이틀 동안 수련하면서 이를 실천하였고 끝내면서는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다지려 하였다. 선비수련에 여러 해 몸담고 있으면서 모처럼 느끼는 큰 보람이었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도산서원을 포함한 한국의 9개 서원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시점에서 솔선수범하는 지도자인 선비를 육성하는 서원의 가치를 높게 인정한 유네스코의 안목과 1박2일 선비수련을 하며 밝힌 이들의 다짐과 일맥상통하는 가치가 떠오른다. 그것은 우리의 자랑스런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한 세계인의 주목과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모이고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선비수련 내용과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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