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제 일타강사 홍성국 "추경은 긴급환자에 수혈하는 것" [만났습니다①]

김유성 기자I 2025.01.24 05:40:00

대우증권 사장 출신 ''경제 통''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
총선 불출마 후에도 국회 경제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한국경제 상황은 ''교통사고 당한 암 환자, 수혈 필요''
국내 증시는 저평가, 정치불확실성 덜면 "오른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4개월을 앞뒀던 2023년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렸던 홍성국 당시 의원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정치권 표현으로 ‘밭 좋은’ 지역구(세종갑)에서 출마만 하면 재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는 탈(脫)국회를 선택했다.

대우증권 사장 출신인 홍 전 의원은 ‘후진적 정치구조’를 불출마 이유로 들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했던 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정치권은 비효율의 극치였다. 한국 경제 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모두 눈감고 귀를 닫은 채 정쟁에만 몰두했다. 한국 리더들에 대해 호된 비판을 남긴 채 그는 국회를 떠났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5년 1월. 홍 전 의원은 여전히 국회에 적을 두고 있다. 달라진 점은 ‘민주당 1인 싱크탱크’이자 ‘경제 일타강사’로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의원들을 자문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는민주당’과 민주당 산하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활동이다. 경제는민주당은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스터디 모임이고 국가경제자문회의는 민주당 경제정책 입안을 위한 입안 기구다.

이 중 경제는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동안 11번의 강의를 진행했다. 회원 107명 중 60~70명 정도가 매 강의 때마다 모인다. 홍 전 의원은 “국회의원 혼자 할 때보다 100여명의 의원들을 돕는다는 게 더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추경은 교통사고 환자에 필요한 수혈과 같은 것”

홍 전 의원의 개인사무실은 광화문 근처 한 오피스텔에 있었다. 그의 사무실 안은 통기타 하나와 수 백권에 이르는 책으로 가득했다. 경제는민주당 스터디 때 의원들에게 나눠준 책자도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홍 전 의원은 경제는민주당 책자를 가리키며 “한 달에 2~3번씩 파워포인트 30장씩 만들어 갖고 가는데, (만들 때마다 힘들어) 돌아버릴 정도”라면서도 “의원들의 경청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소명이 여기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힘줘 주장한 것 중 하나가 추가경정예산(추경) 20조원 편성이다.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초입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여럿 나온 가운데 잠재성장률 2%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 규모의 추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여기에 공감했고, 틈만나면 대규모 추경을 윤석열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추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암 환자’의 예를 들었다. ‘암’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역진성을 뜻한다면, ‘교통사고’는 지난 12월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다. 때아닌 계엄과 탄핵으로 지난해 12월 연말 특수는 실종됐다.

홍 전 의원은 “우선은 교통사고에 따른 외상부터 응급치료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돈을 풀어 응급처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실기하면 한국 경제 상태는 더 악화돼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만 걷히면 증시는 오른다”

당장의 응급처치와 암 치료만 병행된다면 한국 경제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홍 전 의원은 예상했다. 저평가 늪에 빠진 한국 증시도 상승 곡선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우선은 한국 증시가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44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이 22, 일본이 16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 증시의 저평가 상태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는 “배당을 잘하는 종목만 골라도 5%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무위험자산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8%에 머문다는 점을 비교해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윤 대통령 구속과 국론 분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 증시는 상승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25년이나 2026년 신정부가 들어와 (성공적인) 개혁정치를 한다면 코스피 PER이 12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에 조금씩 담아 놓으면서 준비해 놓으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외부 불확실성은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홍 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관세를 높이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를 선택할 수도 있다”면서 “외국인들은 위안화와 원화를 한묶음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원화 환율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원화 가치 하락)”고 예상했다. 그는 “여러 대외 여건을 살펴봤을 때 환율이 단시간 내에 (예전 수준으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 개혁, 리더가 앞장서야”

홍 전 의원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인들부터 자기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023년 12월 불출마 선언을 할 때도 리더 그룹의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10~20년 후를 보고 국민 설득에 리더그룹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우리나라 리더들은 진정한 리더라고 볼 수 없다”면서 “자기 기득권만 지키려고 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영영 일어나기 힘든 진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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