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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블루스의 만남…판소리 얹은 '힙'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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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연 기자I 2026.08.01 02: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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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김수인×블루스 밴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경상도 민요 '옹헤야', 블루스로 재해석…'새타령'은 신명나는 무대로
창작곡 '사철청춘가'…"상처 딛고 나아가는 희망 담아"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드럼과 키보드, 베이스, 기타로 꾸며져 미국의 어느 작은 라이브바를 연상케 하는 무대. 그 한가운데 가야금이 놓였다. 빵모자에 멜빵을 걸친 드러머(아이오)가 스틱을 가볍게 두드리며 박자를 다지고, 기타리스트(리치맨)가 무대 중앙에서 현을 튕겼다. 나비넥타이를 맨 베이시스트(백진희)가 낮은 그루브를 깔고, 장발의 키보디스트(배환)가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김수인,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사진=국립극장)
김수인,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사진=국립극장)
그 사이로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기고 수트를 입은 소리꾼 김수인이 등장했다. 블루스밴드 특유의 빈티지한 무드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이질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도포 대신 수트를 입고 마이크를 든 그의 모습은 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무대에 색다른 균형을 더했다.

지난 2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여우락페스티벌 ‘장마’ 공연의 한 장면이다. 국립창극단 단원인 소리꾼 김수인과 블루스 밴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가 함께한 무대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매해 국악에 새로운 시도를 입힌 공연을 선보여왔다. 올해 공연 중 하나인 ‘장마’는 판소리와 블루스의 결합이라는 파격 조합으로 무대를 채웠다.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장르지만, 실은 닮은 구석이 많다. 국악이 한과 설움 속에서도 흥과 신명을 품고 있다면, 블루스 역시 흑인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해온 음악이다. 기술적으로도 둘 다 5음계를 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악 특유의 ‘받고 매기는’ 창법도 블루스의 ‘콜 앤 리스폰스’와 닮아,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기에 알맞은 조합이었다.

김수인과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는 장마를 테마로 가랑비, 소나기, 장대비, 해오름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공연을 짰다. 익숙한 민요를 재해석한 곡과 국악·블루스를 결합한 신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경상도 민요 ‘옹헤야’는 블루스 특유의 농염하고 젠틀한 분위기로 탈바꿈했고, ‘새타령’은 다양한 새소리와 신명나는 에너지가 어우러진 독특한 무대로 재탄생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사철청춘가’였다. 이번 여우락 공연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곡이다. 공연의 타이틀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한철 여우락 예술감독과 유태평양 음악감독의 의견에서 출발했다. 판소리 ‘사철가’를 모티브로, 비가 그친 뒤 떠오르는 햇살처럼 지나온 시간과 상처를 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공연은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김수인이 접부채를 들고 몸을 뒤로 젖히며 열창하는 대목은 특히 ‘힙’해 관객들의 환호를 불렀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멤버들이 돌아가며 독주하는 장면도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국립창극단 소리꾼 지명인, 이치현도 코러스로 힘을 보태 무대의 신명을 더했다. 공연 도중 흥이 나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추는 외국인 관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매끄러운 연주와 진행에서는 두 팀이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국악과 블루스가 정서적으로, 형식적으로 닮았다고는 해도 실제 무대에서 하나의 소리로 엮어내는 일은 다른 문제다.

판소리 특유의 시김새와 블루스의 즉흥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가야금의 음색을 전자악기 사운드 안에서 어떻게 살릴지는 두 팀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였을 것이다. 이날 무대는 그 답을 완성도 있게 보여줬다.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난 두 장르가 한 무대 위에서 하나의 소리로 맞물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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