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500글로벌 창업자이자 본사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틴 차이 대표(CEO)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구글과 같은 큰 회사들이 전 세계에 나올 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들이 속한 환경이나 생태계는 (내가 몸담은) 실리콘밸리와는 같지 않았는데, 투자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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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차이 500글로벌 대표는 2003년 구글에 합류해 제품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구글에서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접했고, 자연스레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궁금증을 키우게 됐다. 그러던 중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플랫폼 격변의 시기를 경험하며 초기 단계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2010년 투자사 500글로벌을 직접 차렸다. 크리스틴 차이 대표는 당시 금융·투자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VC 업계에 뛰어든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회상했다.
500글로벌은 설립 초기부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사실상 전 세계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삼아 투자했다. 심지어 회사는 남미를 시작으로 신흥시장 투자를 시작했고, 그 다음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차이 대표는 “신흥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큰 인구, 젊은 평균 연령, 성장 중인 인프라 등 다양한 특성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할 시장이라는 점이라 생각해 눈여겨보게 됐다고 했다.
500글로벌은 투자 지역뿐 아니라 대상도 다양하게 보고 있다. 예컨대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 창업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포트폴리오 전반에 여성 창업가나 대표가 있는 회사 비율이 다른 VC보다 높은 편이다. 그는 “절반에 가까운 투자 파트너들 역시 여성이며, 임원 구성도 마찬가지”라며 “창업자의 배경이나 외모가 어떻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게 중요한데, 이들이 주름잡는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마치 ‘돈을 테이블 위에 두고 그냥 떠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투자 철학은 어떨까.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팀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보는 편이다. 창업자들의 △역량 △실행력 △목표(시장과 서비스·제품) 등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본다는 말이다. 그는 여기에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열망을 지닌 창업가들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진출하려는 시장이 충분히 큰 곳인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BM)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이야기다.
투자 포트폴리오 절반은 B2B 엔터프라이즈로 나머지 절반은 소비재와 기타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영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바이오 테크나 헬스케어,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에도 관심을 갖는다. 교육, 헬스케어, 소비재 등 기존 산업에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신흥시장에서 기후테크와 지속가능성 분야에 투자 기회가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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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첫 투자는 2011년으로 설립 초기 이뤄졌다. 이후 2015년 첫 한국 전용 펀드를 만들고 한국 법인을 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500글로벌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펀드 3개를 결성했다. 이밖에 핀다, 피플펀드, 스푼라디오, 오피지지, H2O호스피탈리티 등 국내 7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500글로벌이 한국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변했는데, 이런 점들이 스타트업 혁신과도 연결돼 있다”며 “매우 뛰어난 기술을 지닌 인재들이 도전에 기꺼이 나서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다른 나라 특히 중동, 동남아 사이에 많은 연결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 우리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물린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는 기준도 명확하다. 우선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본다. 우리 정부가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시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이에 맞춰 500글로벌도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기업이 강력한 기술을 지닌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편이다. 예컨대 최근 500글로벌 한국 펀드는 바이오테크나 애그테크 같은 플랫폼이 아닌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내년 500글로벌의 주요 목표는 지금까지와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AI 인프라, 기후, 지속가능성, 애그테크, 바이오테크가 될 전망이다. 그는 “한국, 중동, 아프리카 등 어디에나 스타트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 입안자, 투자자 등 다양한 업계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게 돕고, 전 세계 생태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